코스피가 1900선 부근에서 방황하고 있다.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시장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연말이 되면서 시장이 의기소침해진 이유는 주도주와 주도세력, 자신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조선과 기계, 철강 등 주도주들을 지수로 환산할 경우 전체 유니버스 업종별 지수에 비해 12.2%P 초과 하락하고 있다.

이 증권사 황금단 연구원은 "주도주가 휘청거리는 이유는 주도 세력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에 이어 기관들마저 뒷짐을 지면서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시장이 출렁대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어느새 자신감을 상실했고, 내년 1분기 국내 경기와 기업실적 모멘텀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도 투자심리를 한층 더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황 연구원은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시장에 주도주는 없지만 방어주가 있고, 주도세력은 없지만 대기 매수세가 있으며 자신감은 없지만 내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조선과 기계, 철강이 자리를 비운 사이 IT와 자동차, 통신 등이 대신 바톤을 이어받았고, 주가가 하락할때마다 어김없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황 연구원은 "13일 아시아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만기 효과로 국내 시장은 선방한 측면이 있다"면서 "14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 출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과 미국의 금리인하,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합의 등이 주식시장 입장에선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의 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국부펀드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악재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 생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장은 당분간 좁게는 1850~1950포인트, 넓게는 1800~2000포인트 사이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황 연구원의 판단이다.

전날 선물옵션동시만기의 후유증이나 해외증시의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다면 방망이를 짧게잡고 매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황 연구원은 밝혔다.

황 연구원은 "향후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내년 1월로 예정된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중요하다"면서 "금융회사의 손실폭이 커지거나 내년 추가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지 않는 이상 주가는 박스권 상향 돌파를 위한 에너지를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좀 더 먼 얘기이긴 하지만 미국 경기 둔화를 야기시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거나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가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하다거나 한다면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내년에도 두고두고 확인해야할 숙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지표 하나하나를 챙기며 전략을 수정해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