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차익 프로그램 매물 '사상 최대'
장중 1,900선 하회..비차익 매수로 낙폭 축소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 폭탄에 주식시장이 장중 출렁거렸으나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매수차익잔고(현물 매수+선물 매도)의 일부 청산으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원대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을 밑돌았으나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장 막판에 연기금을 중심으로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상당부분 만회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1.55포인트(0.60%) 하락한 1,915.90으로 마감했다.

이날 만기일 프로그램 매물 부담으로 인해 개장 초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날 기준 매수차익잔고 6조7천28억원으로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상황에서 '세마녀의 심술'을 견뎌야 했기 때문이다.

매수차익잔고는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잔고가 쌓이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청산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차익잔고의 상당부분이 허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기일 청산을 통해 1조~2조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매수차익잔고의 청산 여부는 현.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와 내년 3월물과 올해 12월물의 가격차인 스프레드에 따라 결정된다.

이날 베이시스는 -1.41포인트로 백워데이션 상태로 돌아섰으며 스프레드도 -1.05포인트로 악화됐다.

이에 따라 매수차익잔고의 일부가 청산되면서 현물시장에서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74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1,900선을 하회, 1,897.25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연기금 중심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 막판에 낙폭을 만회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5천536억원 순매수를 기록했으며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는 2천959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차익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연기금의 매수세와 코스피200 지수 산출방식 변화에 대비한 인덱스펀드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주식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심 애널리스트는 "만기일에 매수차익잔고의 이월보다는 청산이 더 활발히 이뤄져 향후 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매수차익거래의 활성화 여부는 외국인의 선물 매매와 베이시스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