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을 맞아 프로그램 매물 폭탄이 터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수차익잔고(현물 매수+선물 매도)가 사상 최고 수준인 6조7천억원대로 불어나 만기일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의 선물 매수 등에 힘입어 스프레드(내년 3월물-올해 12월물)가 개선될 경우 작년처럼 매수차익잔고가 청산이 아닌 만기이월(롤오버)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매수차익잔고는 6조7천28억원으로 전날에 비해 897억원 늘었다.

지난 6일 6조2천484억원으로 6조원대로 올라선 이후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매수차익잔고는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매수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잔고가 쌓이는 동안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청산될 경우 프로그램 매물을 유발,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지난 달 28일 4조6천790억원에 머물던 매수차익잔고는 전날까지 2조원 이상 늘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차익잔고의 상당부분이 허수라는 점을 감안해도 만기일 청산을 통해 1조~2조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매수차익잔고의 청산 여부는 현.선물간 가격차인 베이시스와 내년 3월물과 올해 12월물의 가격차인 스프레드에 따라 결정된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프레드가 0.2포인트까지 급등하지 않은 이상 매수차익잔고의 만기 이월은 제한적이며 결국 적지 않은 차익 프로그램 매도가 폭발할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이번 만기일 직후에는 코스피200 지수의 산출방식도 100% 유동성 기준으로 달라져 청산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6조7천억원대 매수차익잔고 ▲내년 주식시장의 상승탄력 둔화 우려 ▲시중금리 급등에 따른 연말 배당매력 약화 등을 만기일에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외국인의 선물 매수 등으로 스프레드 가격이 상승할 경우 매수차익잔고가 대부분 만기 이월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올 들어 3차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에 외국인 선물 매수세가 적게는 1천500계약에서 많게는 5천계약까지 유입되면서 당일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400억~7천3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동시 만기일에도 스프레드 가격이 이론가를 크게 웃돌면서 매수차익잔고의 대부분이 만기 이월됐으며 프로그램 매매는 3천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바 있다.

한주성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스프레드 가격이 개선됨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며 "특히 1.00포인트 이상에서 유입된 매수차익물량의 대부분은 무리 없이 이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령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더라도 주식시장의 받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순호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는 "만기일을 앞두고 수급이 다소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만기일의 매물 부담은 1조원 내외로 추정되며 주식시장에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