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이 느려 '어쩔 수 없는 국립대’라는 소리를 들어왔던 서울대가 '재테크실력' 만큼은 사립대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2007년 발전기금 수익율은 사립대의 두배에 가까운 10%대에 달한다.발전기금은 사립대의 적립금과 비슷한 성격의 기금이다.

서울대 발전기금은 12일 2007년 발전기금 운용 수익율이 10% 이상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발전기금은 학교 법인과 별도로 운영되는 공익법인으로 발전기금의 운용을 전담한다. 발전기금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 8.7%보다 높은 10%대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높았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발전기금의 수익률은 연평균 5~6%대인 사립대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적립금이 가장 많은 이화여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립대는 적립금의 거의 전액을 정기예금(평균 수익률 5.7%)에 투자하고 있어 수익율이 6%를 넘기 힘들다.

서울대가 이처럼 수익률이 높아진 것은 원금이 보장되는 대신 수익률이 낮은 정기예금의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다.현재 서울대는 전체 운용액 2400억원 중 25%를 주식형 펀드 등 고위험 상품과 대체투자 파생상품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서울대의 펀드 투자의 비중은 사립대 중 펀드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는 연세대의 5~6배 수준에 달한다.

발전기금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정기예금만으로는 낮은 수익률을 극복할 수 없어 3년 전부터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후 수익률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높은 수익율을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자처의 결정이 빠르다는 것.

현재 서울대 발전기금은 14명의 자문위원회와 2명의 상임교수들이 모여 간단한 회의를 한 후 별도의 보고절차 없이 투자처를 확정한다. 주종남 상임이사는 "국립대인 서울대가 다른 사립대 보다 효율적인 투자 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사회,재단의 승인을 얻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립대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대 발전기금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국공립 대학이 주식형 펀드 등 원금 보장이 안되는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적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해 사립대 적립금의 2분의 1까지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것 처럼 국·공립대의 투자범위를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