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굴즙과 바닷물을 섞어서 튀긴 것입니다."

색만 노랄 뿐 마른 미역을 연상시키는 음식을 두고 티에리 막스(46)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저녁 롯데호텔 '바인'에 모인 20여명의 미식가들은 막스가 전하는 분자요리(分子料理:molecular cuisine)의 세계를 빠짐없이 들으려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막스가 이끌고 온 5명의 R&D(연구개발)팀이 주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똑바로 응시한 채 11개 코스의 음식 하나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나홀로 손님'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분자요리란 음식의 질감과 조직,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요리법.지난 5월 영국 음식전문지 '레스토랑(Restaurant)'이 발표한 '세계 50대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1~4위가 분자요리를 표방한 레스토랑들이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막스는 지난해 프랑스의 대표적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슐랭(Michelin)'과 '고미오(Gault Millau)'가 '2006년 최고의 조리사(2006 Chef of the Year)'로 선정한 '떠오르는 별'이다.

"분자요리는 넓게 보면 '푸딩(food와 feeling을 결합한 신조어로 눈과 입,마음으로 즐기는 식문화를 말한다.

프랑스엔 매년 세 차례 지역별로 푸딩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요리를 선보임으로써 고객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죠." '음식 과학(science food)'이라 불릴 정도로 조리 과정이 일반인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분자요리에 대해 이만큼 명쾌한 설명은 없는 듯했다.

"한국의 김치를 갖고도 분자요리가 가능합니다.

충분한 조사 과정을 통해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독창적인 요리를 만든다면 그게 분자요리지요."

분자요리 전문가들은 단순한 요리사를 넘어 디자이너이자 화학실험가다.

막스는 자신을 포함해 5명으로 이뤄진 R&D팀과 1년에 1700번가량의 '실험'을 하고 매년 45개가량의 새로운 요리들을 창안해낸다.

R&D팀은 2명의 화학도,1명의 푸드 스타일리스,2명의 요리사로 구성돼 있다.

"제가 책임 조리장으로 있는 샤토 코드레앙 바주(Chateau Cordeillan-Bages)는 1년에 7개월만 영업을 합니다.

쉴 때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탐구하고 끊임없이 실험을 하죠.예를 들면 요구르트를 액상질소를 이용해 마이너스 196도까지 얼려서 질감 자체를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스물여섯 살에 당시로는 최연소 나이로 미슐랭 스타 셰프에 오른 막스는 지금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어려운 가정 때문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열네 살 때 제과 견습생으로 취직한 인물이다.

"레바논에서 3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요리사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물한 살에 레스토랑 설거지부터 온갖 고생을 다했죠." 그래서인지 그의 향후 계획은 소박하다.

"저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수의 부유층만이 출입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아니라 대중들도 양질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미식 패스트푸드'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