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1일 내년 매출 목표로 12조원 돌파를 제시했다. 신성장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로 2002년 민영화 이후 한 번도 넘지 못한 벽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KT의 전략과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내년에는 KT 뿐 아니라 국내 통신업계 전체에게 빅뱅이라 불릴만큼 커다란 변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 유·무선 통합이라는 대세가 본격화되면서 업체 간 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인터넷TV(IPTV)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이 가동되는 원년이다. IPTV의 활성화는 통신업체가 단순히 ‘통신’에 머무르지 않고 미디어 기업으로의 한 단계 도약을 의미한다. 몸집과 때깔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에 더해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시장의 활성화와 보조금 자율화 등 규제 완화도 경쟁을 통한 발전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통신주는 그간 오랫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가 최근에서야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인수 소식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내년 메머드급 변화를 감안하면 통신주의 부활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 하다.

◇M&A 모멘텀 계속된다=내년 통신업계 최고 화두는 무엇보다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 KT와 KTF의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영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1일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공식화될 내년 2분기부터는 통합 번들링(결합 서비스)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것”이라며 “KT 역시 KTF와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최우선 당면 과제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통합 번들링 서비스가 본격화될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합병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남중수 KT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KT와 KTF의 합병이나 지주회사 전환 등 구조 개편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코너에 몰리게 된 LG그룹 내 통신계열사 3콤(텔레콤·데이콤·파워콤)도 생존을 위한 합병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통신업체 입장에서 결합 서비스는 해지율 하락을 통한 수익성 강화로 이어진다. 물론 초기 가입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가격 할인이 불가피하겠지만, 마케팅 비용 절감 등 각종 시너지 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수익성 증대 효과는 자연히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신성장엔진 IPTV 서비스 개시=난항을 겪던 IPTV 서비스 법안은 최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다.

현재 각당 대선 후보들이 IPTV 조기 서비스를 공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내년 상반기 내에 본격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다.

IPTV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통신시장의 새로운 활로이자 통신 기업이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 IPTV가 활성화되면 업체들로서는 접속 이용료 외에도 광고 수익, 유료 콘텐츠 수익, 상거래 수수료 등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20만명 수준인 IPTV 가입자가 내년 연말이면 300만명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0일에는 LG데이콤도 ‘마이LGtv’라는 이름으로 IPTV 시장에 가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향후 통신업계의 핵심으로 부상할 IPTV의 파급력은 각 업체들이 얼마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콘텐츠 수준에 따라 가입고객 1000만명 시대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향후 통신업계 주도권 다툼은 IPTV에서 결판이 날 가능성이 크다.

◇와이브로 활성화 주목=정체 상태에 있던 와이브로 서비스도 내년부터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는 현재 10만여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10월 세계 3G(세대) 표준으로 채택된 이후 정부와 업계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와이브로 활성화 추진협의회를 만들어 국내 서비스를 촉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협의회에는 KT와 SK텔레콤 외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LG-노텔 등 주요 기관과 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한다.

정통부는 협의회를 통해 투자 및 서비스 범위 확대, 다양한 단말기 개발 등을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을 내년까지 지방 도청 소재지 등 42개시 100여개 핫존(Hot Zone)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전담팀을 가동하는 등 활성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KT도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을 서울에 이어 수도권까지 확대하고 마케팅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와이브로 시장이 본궤도에 오를 지 여부 역시 내년이 분수령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재판매 규제 완화로 인한 은행권의 통신 재판매 시장 진출과 보조금 업계 자율화 등도 통신시장을 뒤흔들 큰 변수들이다.

변화와 도약의 해를 앞둔 통신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