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5세 학생들의 과학실력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실시한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11위에 머물렀다.

2000년 1위에서 2003년에는 4위로 밀리더니 마침내 10위권으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곧 국가경쟁력이며 과학기술은 튼튼한 기초과학 교육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정부가 과학강국을 국정목표로 내걸고 기초과학 지원과 과학두뇌 양성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발표내용을 놓고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과학부문에서도 성적은 등락이 있게 마련이며,특히 평가방식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순위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과학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실시된 각종 평가에서 드러난 우리 학생들의 기초과학 실력 부진,응용능력 저하 등의 문제점이 국제평가에서도 그대로 확인됐을 뿐이라는 얘기다.

사실 우리 과학교육 현장의 일그러진 모습은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2002년부터 선택과목제가 도입된 제7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과학시간과 학습내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식 수업에다 이론 중심 교육으로 인해 기초 실력은 물론 응용능력 또한 크게 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수능 과학과목 성적에 관계없이 이공계 대학도 진학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런데도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세계적 수준의 과학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과학교육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적극 대처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당국은 올초 교육과정 개편 당시 과학수업을 강화해 달라는 과학계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번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1년 PISA에서 과학 20위,수학 21위를 기록하자 즉각 이를 국가적 재난으로 선언하고 '국가교육수준진단위원회'를 설립해 교육 개혁에 나선 독일과는 너무도 판이하다.

대선후보들 또한 과학교육에 대한 비전과 해법보다는 거대 과학프로젝트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우리나라가 과학강국이란 국가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중·고교의 수학과 과학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근본 원인도 청소년들의 수학과 과학,기술분야 실력이 크게 부족한 때문인 것은 물론이다.

과학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초실력도 없고 흥미와 관심도 없는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을 선호하고 과학자가 되려고 할리가 만무한 까닭이다.

정부는 과학교육을 되살릴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과학 대중화보다는 기초과목 교육강화 등을 통해 대중을 과학화하는 일이 급선무다.

국가 지도자 또한 과학기술교육에 대한 비전을 내놓고 이를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