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불안 잠재우기 '카드' 총동원 하지만 …
미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세금을 통한 구제금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방법을 다 들고 나왔다.

그만큼 현재 위기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금리 동결조치 등의 효과에 대한 회의론과 소송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의도한 만큼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금리동결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80%가량은 처음 2년간 낮은 금리가 적용되다가 3년째부터 금리가 3~5%포인트 올라가는 '변동금리부 모기지(ARM)'가 차지한다.

그만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 금리가 올라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3620억달러에 달한다.

올해보다 훨씬 많다.

만일 이를 방치할 경우 이 중 상당수가 부실화될 공산이 크다.

美, 금융불안 잠재우기 '카드' 총동원 하지만 …
올해와 내년 200만가구가 이자를 못내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게 행정부의 추산이다.

폴슨 장관은 따라서 "금리조정대상 대출자 중 현재 수준의 금리를 감당할 수 있으나 오른 금리를 부담하기 힘든 가구에 한 해 금리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주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리동결 기간은 밝히지 않았으나 정부 관계자들은 5년 안팎을 염두에 두고 있다.

만일 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경우 당장 집을 압류당하는 가구가 줄어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줄어 금융회사들의 피해도 제한된다.

주택경기나 소비 등에도 두루 도움이 될 것으로 행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폴슨 장관은 이와 함께 비과세채권 발행도 제안했다.

지방정부로 하여금 비과세채권을 발행해 주택을 압류당할 가구를 위한 기금을 조성토록 하자는 게 골자다.

이를 활용해 한계선상에 처한 가구를 구제함으로써 역시 서브프라임 부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행정부는 이에 앞서 시한폭탄으로 부상된 은행들의 장기고수익자산 전문투자회사인 'SIV(구조화 투자전문회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씨티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800억달러의 '슈퍼펀드'를 조성토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미 행정부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말로만 얘기되던 경기침체(recession)가 실제 도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 미국 경제지표는 모두 좋지 않다.

제조업 서비스업 소비 등 모두가 하락행진 중이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지난주 "신속한 정책이 필요할 때"라며 오는 1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절박감이 반영된 탓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모기지 금리동결조치의 경우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조정 대상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만큼 부실예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고통을 잠깐 유예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금리동결로 수익률이 하락하게 됐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과세 채권 발행도 문제다.

이를 위해선 의회의 의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는 연방주택국(FHA)의 보증한도를 늘려달라는 행정부의 요구를 한 차례 부결시켰었다.

그런 만큼 비과세 채권발행에 흔쾌히 동의할지 미지수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대책을 환영했지만 시장분위기가 달라지진 않았다.폴슨의 대책 마련 뉴스가 전해진 지난 3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0.4%,나스닥 지수는 0.9% 떨어졌다. 캐봇자산관리의 롭 러츠 수석투자담당은 "주택과 모기지 시장이 호전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지원대책이 발표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 바뀌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