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에서는 키가 잘 안 크는 원인을 성장호르몬 부족 또는 성호르몬 조기 분비와 같은 내분비적 관점에서 보고 치료한다.

이에 반해 한방에서는 불면증 식욕부진처럼 심신에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때 저신장증이 야기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우선한다.

성장치료 전문 한의원인 하이키한의원은 저신장증 어린이의 대부분이 식욕부진 같은 질환을 앓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13개 하이키한의원 네트워크 성장클리닉을 방문한 초진 환자 1931명(남아 781명, 여아 1150명)을 분석한 결과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원인 질환으로는 식욕부진 소화불량 만성설사와 같은 소화기허약증이 621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잦은 감기 15.5% △불안 강박감 스트레스 수면장애 등 정신적 문제 10.9% △비만(정상체중의 120% 이상 나감) 9.9% △아토피를 포함한 피부질환 5.9% △단백뇨 혹은 혈뇨를 동반한 신장·비뇨기 문제 5.0% △운동능력저하 성장통 척추측만증 등 4.4% △기타 16.3% 등의 순이었다.

이 한의원은 6개월 이상 치료한 162명(남아 43명, 여아 119명)에게 가시오갈피 천마 나복자 등을 기본으로 하는 성장탕과 원인질환별 맞춤 탕제를 병행 투여한 결과 인슐린양성장인자(IGF-1)라는 성장호르몬의 증감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정상치는 성별 연령에 따라 다르나 100∼2만)가 치료 전 436.1ng/㎖에서 치료 후 561.5ng/㎖로 3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키도 월평균 0.7㎝씩 자라 치료 전 1년에 4㎝ 미만으로 컸던 것에 비해 상당히 나아졌다.

소화기허약증에는 인삼 백출 복령을 가미한 건비성장탕,알레르기 비염이나 잦은 감기를 동반한 경우엔 길경과 황기를 위주로 하는 보폐성장탕,소아비만에는 포황 홍화가 가미된 감비성장탕을 각각 처방하고 식사요법을 교육했다.

특히 비만하면서 성장이 더딘 아이들은 IGF-1 분비량이 380.5ng/㎖로 전체 평균보다 12%가량 낮았는데 감비성장탕으로 치료를 한 결과 성장호르몬이 증가하면서 살도 빠지고 키도 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랜스지방이 높은 음식을 피하고 저지방 우유와 콜레스테롤이 적은 살코기 단백질을 위주로 식사요법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성장을 방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바람에 야간에 성장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이런 경우엔 산조인을 위주로 하는 귀비성장탕을 투여해 숙면을 유도하고 뼈의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를 얻었다.

아토피피부염을 동반하는 경우는 치료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의 78%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우유와 쇠고기가 뒤를 이어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에는 마치현(쇠비름나물) 황금 등 면역조절 효과가 있는 약재가 가미된 청열성장탕을 투여해 효과를 봤다.

이 한의원 박승만 대표원장은 "소화기허약증을 가진 아이들 가운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된 경우는 1%안팎에 불과했다"며 "이처럼 저신장증은 특정 장부의 기능저하 또는 오행의 불균형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가려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