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씨티그룹을 비롯한 세계 10대 금융사들이 내놓은 전망자료를 토대로 내년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big market)은 어디가 될지를 분석해 봤다.

일반인 및 국내 전망기관들의 예상과 달리 선진국 자산시장에서 의외의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특히 미국 시장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미 주가수익비율(PER)과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등으로 볼 때 미국의 평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개도국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유동성은 더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올 8월 이후 각종 금융지원 정책과 중동 국부펀드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까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경기가 경착륙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최소한 증시는 유동성 장세가 다시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개도국은 자산운용과 파생신용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과열 우려와 긴축정책으로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기존 투자방식의 수익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는 자산운용 방식이 더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개도국 인구 구성에서 투자를 선호하는 30대 비중이 유난히 높아지는 것도 그 원인으로 꼽혔다.

대체에너지 분야도 비교적 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구 온난화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표면화됨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수급여건을 감안하면 유가의 고공행진이 쉽게 누그러지기가 어려워 보이는 것도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한다는 것이다.

이미 규모면에서 헤지펀드보다 약 8배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한 국부펀드 시장도 내년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중동 산유국에 이어 러시아 등도 국부펀드를 설립할 계획이다.

과다한 외환보유고로 투자청을 설립해 놓은 한국 등의 국가도 언제든지 국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기 때문이다.

국부펀드가 커진다면 중동 산유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갈수록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선진국 기간산업 분야도 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역(逆)윔블던 현상'은 심해지고 자국의 기간산업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선진국의 경제 애국주의 움직임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정보기술(IT)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는 것도 10대 금융사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갈수록 선거가 정보기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올림픽을 비롯 국제행사도 많이 잡혀 있다.

특히 내년은 IT산업의 특성상 10년마다 혁신이 일어난다는 '10년 주기설'이 겹치는 해이기도 하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오랜만에 외환시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커 보인다는 것도 주목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가 지속되겠지만,미국의 무역적자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달러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 외환보유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의외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10대 금융사의 견해다.

이보다 못하지만 미국 역사상 선거비용이 많이 들어갈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종이 인쇄 등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