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예상했던 것 아닙니까?"(삼성그룹 A상무)

30일 오전 검찰이 삼성증권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대해 삼성그룹은 표면상으로는 담담한 표정이다.

그러나 각 계열사 임직원들은 '드디어 본격적인 검찰수사가 시작됐다'면서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 26일 이 회장 등 그룹 수뇌부들이 출국금지를 당한 데 이어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물산 SDI 전자 생명 등 비자금 의혹에 연관된 계열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이날 첫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 삼성증권 본사 임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 회사(삼성증권)가 어떤 관련이 있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직원들도 이른 아침부터 검찰 조사를 받자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도 긴장감 속에 이번 압수수색의 추이를 지켜봤다.

전략기획실은 특히 검찰이 삼성증권에 이어 삼성SDS 데이터센터까지 압수수색 범위를 넓히자 "생각보다 검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향후 검찰의 수사방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떳떳한 만큼 이번 압수수색에서 새롭게 나올 내용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 이후 특검 수사까지 중복해서 받게 된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경영에 차질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하루 앞두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벌인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며 "검찰 및 특검의 수사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 단기간에 이뤄져야 하는데 대선 총선 등 정치권의 상황과 맞물려 지루하게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