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李永洙) < 경북대 교수·경제학 >

오늘 우리는 제44회 무역의 날을 맞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8874억달러로 세계 13위,교역규모는 6349억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해 상위권을 유지했다.

무역의존도는 71.5%,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72.9%를 차지하므로 무역이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과거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우리 경제는 서서히 목표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중국발(發) 인플레이션,국제금융시장의 불안 등 글로벌 경제 악화와 고유가,고원화가치,고금리 등 신3고(高) 시대가 도래하고 있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우리 무역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경제목표의 재정립과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경제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

참여정부 초기에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성장 없는 분배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일례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예산을 삭감해 복지예산을 증액시킨 경우를 들 수 있다.

SOC 투자는 많은 자본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기간도 많이 소요되므로 어떤 정부도 SOC투자보다는 가시적인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복지비 예산을 늘리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항만건설과 같은 SOC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인프라로서 입원환자들의 식대를 감면해 주는 것과는 경제목표의 달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가난한 환자들에게 식대를 감면해 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경제목표의 우선순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선(先) 성장,후(後) 분배라는 명확한 경제목표를 재정립해야 하며,이러한 경제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제휴 없이는 세계화란 커다란 파도를 넘기 힘들다.

현재 베트남과 같은 신흥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주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에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중국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 이후 지리적 인접성의 장점과 무상원조를 통해 기업들이 그 위치를 다지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 단독으로 베트남 시장진출 전략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우리 기업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세계적 자유화보다는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지역적 자유화를 통한 목표시장의 접근을 원한다.

경쟁력 있는 우리 상품의 특정 지역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기(旣)타결된 FTA는 한시 바삐 발효돼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또한 전략적으로 필요한 국가나 지역과의 FTA 협상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의 경제규모 및 교역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신성장 산업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기업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의 위치를 다지기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그에 따른 신제품의 개발이 절실하다.

넷째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그 해의 트렌드를 통해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제시하고 있는데,금년에는 4대 '힘의 이동(The shifting of power equation)'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모 전자기업 연구소에서 발표한 미래산업 키워드 역시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예컨대 '아(我)' '감(感)' '락(樂)'을 연결하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오락 콘텐츠를 제공해 감성을 자극한다"는 제품의 컨셉트가 만들어진다.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들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트렌드의 파악과 이에 대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