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 308호 강의실.내년 2월이면 졸업하게 될 100여명의 37기 연수원생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아 강단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이들의 관심을 이토록 모은 행사의 실체는?

다름아닌 삼성그룹 법무실이 진행 중인 취업설명회이다.

28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종래 2주간 진행해 왔던 설명회가 올해부터 기간을 압축하고 규모를 늘려 박람회 형식으로 바뀌었다.

화우 율촌 등 로펌과 공공기관은 물론 LG전자 한화 등 기업들도 대거 참가했다.

예전에는 사법연수원생들을 '모셔 가기' 바빴다.

하지만 변호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장이 정반대가 됐다.

사법연수원 윤성식 교수는 "연수원생들의 취업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취직을 다 하기는 한다"며 "다만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수원생들도 사내 변호사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에서 연수를 받았다는 박종국씨(32)는 "MBA 학위 받으러 유학 갈 생각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CEO에 관심 있다"며 "특히 나이 있는 연수생들의 경우 개업 부담이 크니까 안정적인 사내 변호사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철희씨(25)는 "법률시장 개방화 물결이 일면서 오히려 안정적인 판·검사를 선호하기도 하지만,그럴수록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10~20년 지나면 결국 사내 변호사들처럼 실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1인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현국씨(35)는 "미국에선 로스쿨 성적 우수자들이 다들 사내 변호사로 간다"며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에 가고 싶다고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박민제/김미희/민지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