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금융인재 '10만 양병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전홍렬(全弘烈) < 금융감독원 부원장 >
증권시장이 어느덧 50세를 넘었다.
1956년 개장해 세계 15위권(옵션ㆍ선물시장은 4위권)으로 성장하며 아시아 핵심시장으로 부상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26일 코스피지수 180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코스피지수 2000,시가총액 1조달러,1가구 1펀드' 시대의 개막은 자랑스런 전리품이다.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눈부신 성취에 대한 자부심이 샘솟는 한편으로 수많은 지뢰밭을 잘 헤쳐나와'참으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증시는 영화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드는 냉혹한 전장이다.
탐욕과 공포가 공존하는 정글과 같은 곳이다.
1994년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파산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수십년간 카운티의 자산운용을 맡아온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돈을 빌려 구조화채권에 단기투자하다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거액을 날린 사건이다.
'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의 저자 프랭크 파트노이는 이런 초유의 사태에 대해 "월스트리트에서 개발된 새 금융상품과 투자전략이 확산되는 과정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정책을 수십년간 집행하며 얻은 경험에 비춰볼 때 시장실패는 언제나 화려한 성공에서 잉태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새 패러다임의 도입-확산-시장실패라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디지털화 지식화의 심화로 인해 사이클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여파가 한 순간에 전세계로 파급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구조가 취약한 국가로 사이클이 전이(轉移)되면 치명적 결과가 초래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체험한 그대로다.
이 같은 시장실패의 원인은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을 무시하거나 경시할 경우 발생한다.
200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 리슨 사건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다음으로 '투자자의 안이함'을 지적하고 싶다.
몇 번의 성공을 경험하고 나면 투자위험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담에 취해 과도하게 감각에 의존하는 오만과 안일은 일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후행성'을 꼽을 수 있다.
'시장은 뛰어가는 데 규제는 기어간다'는 말처럼 새 금융기법과 상품은 기존 틀을 벗어나게 마련이다.
규제는 태생적으로 과도하거나 시장에 후행하는 한계를 지닌다.
"탐욕의 시대가 마무리되면 반드시 다음 탐욕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게 프랭크 파트노이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실패는 필연적인가.
금융회사 투자자 감독기구가 합심하면 실패를 방지하거나,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금융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2009년 시행은 큰 의미가 있다.
새 규제 틀에 맞춰 금융회사 주도로 10만명 정도의 금융인재를 양성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인재양성과 축적된 지식으로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이를 통해 신뢰를 쌓지 않으면 지속적인 자본시장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투자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백화점에서 물건 살 때는 몇 번씩 살펴보면서 금융상품 투자에는 어찌 그리 과감한지 궁금할 때가 많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복권구매일 뿐이다.
또 감독과 규제의 방식이나 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실패를 예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규정중심의 규제체제를 리스크와 원칙중심으로 이행해야 한다.
국경을 넘어 전이되는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협조체제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때마침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모임인 APRC회의가 오늘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헤지펀드 PEF 등의 시장교란행위 방지대책을 비롯 국제금융시장의 현안이 논의된다.
이번 회의가 감독기구 간 협력체제 구축으로 탐욕과 공포로 인한 실패를 예방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증권시장이 어느덧 50세를 넘었다.
1956년 개장해 세계 15위권(옵션ㆍ선물시장은 4위권)으로 성장하며 아시아 핵심시장으로 부상했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26일 코스피지수 180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코스피지수 2000,시가총액 1조달러,1가구 1펀드' 시대의 개막은 자랑스런 전리품이다.
반세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눈부신 성취에 대한 자부심이 샘솟는 한편으로 수많은 지뢰밭을 잘 헤쳐나와'참으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증시는 영화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드는 냉혹한 전장이다.
탐욕과 공포가 공존하는 정글과 같은 곳이다.
1994년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 파산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수십년간 카운티의 자산운용을 맡아온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돈을 빌려 구조화채권에 단기투자하다 연방준비은행의 금리인상으로 거액을 날린 사건이다.
'전염성 탐욕(Infectious Greed)'의 저자 프랭크 파트노이는 이런 초유의 사태에 대해 "월스트리트에서 개발된 새 금융상품과 투자전략이 확산되는 과정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 정책을 수십년간 집행하며 얻은 경험에 비춰볼 때 시장실패는 언제나 화려한 성공에서 잉태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새 패러다임의 도입-확산-시장실패라는 사이클이 반복된다.
디지털화 지식화의 심화로 인해 사이클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여파가 한 순간에 전세계로 파급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시장구조가 취약한 국가로 사이클이 전이(轉移)되면 치명적 결과가 초래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통해 뼈저리게 체험한 그대로다.
이 같은 시장실패의 원인은 세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우선 '금융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을 무시하거나 경시할 경우 발생한다.
200년 역사의 영국 베어링은행을 파산으로 몰고간 닉 리슨 사건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다음으로 '투자자의 안이함'을 지적하고 싶다.
몇 번의 성공을 경험하고 나면 투자위험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담에 취해 과도하게 감각에 의존하는 오만과 안일은 일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간다.
마지막으로 '규제의 후행성'을 꼽을 수 있다.
'시장은 뛰어가는 데 규제는 기어간다'는 말처럼 새 금융기법과 상품은 기존 틀을 벗어나게 마련이다.
규제는 태생적으로 과도하거나 시장에 후행하는 한계를 지닌다.
"탐욕의 시대가 마무리되면 반드시 다음 탐욕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게 프랭크 파트노이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실패는 필연적인가.
금융회사 투자자 감독기구가 합심하면 실패를 방지하거나,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금융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2009년 시행은 큰 의미가 있다.
새 규제 틀에 맞춰 금융회사 주도로 10만명 정도의 금융인재를 양성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인재양성과 축적된 지식으로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고,이를 통해 신뢰를 쌓지 않으면 지속적인 자본시장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투자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백화점에서 물건 살 때는 몇 번씩 살펴보면서 금융상품 투자에는 어찌 그리 과감한지 궁금할 때가 많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복권구매일 뿐이다.
또 감독과 규제의 방식이나 내용의 변화가 필요하다.
시장실패를 예방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규정중심의 규제체제를 리스크와 원칙중심으로 이행해야 한다.
국경을 넘어 전이되는 시장실패를 방지하기 위한 협조체제 구축도 중요한 과제다.
때마침 국제증권감독자기구(IOSCO)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모임인 APRC회의가 오늘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린다.
헤지펀드 PEF 등의 시장교란행위 방지대책을 비롯 국제금융시장의 현안이 논의된다.
이번 회의가 감독기구 간 협력체제 구축으로 탐욕과 공포로 인한 실패를 예방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