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뮤지컬과 연극이 폐막일을 지정하지 않고 공연되는 이른바 오픈 런(Open Run) 방식의 거대한 쇼공간이다.

이곳이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무대기술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깊은 정적에 빠져들었다.

브로드웨이 관광객의 42%가 뉴욕을 방문하는 기간 중에 뮤지컬을 최소한 한 편 이상 관람하고 극장 주변에서 쇼핑과 외식을 하기 때문에 극장 티켓 판매 수입은 물론이고 주변 식당가를 비롯한 전체적인 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제작자와 노조 측의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이 장기화 조짐이 보이자 이번 주말 추수감사절 연휴(11월22~25일)에 뉴욕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이 항공편과 숙박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파업이 뉴욕 경제에 끼치는 하루 손실액만 700만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급한 마음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해결 전망이 불투명하다.

파업 셋째날,공교롭게도 뉴욕 출장이 있어서 극장가를 찾았다.

평소 같으면 2만명 이상의 관객들이 공연 전후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가득 메웠겠지만 이 같은 일상적인 광경은 사라지고 길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노조원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각자의 극장 앞에서 조를 짜서 교대로 피켓을 들고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파업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일부 행인들이 파업에 불만을 표시하며 노조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극장주.제작자협회와 기술노조는 임금 인상,인원 삭감에 대한 제작자의 재량권,근무 시간 등에 커다란 시각차를 보이면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파업에 들어간 노조원들은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합(IATSE) 지부의 현지 노조 '로컬 원'(Local One)의 소속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설치,전환수,조명,음향,소품 등을 담당하는 기술 인력들이다.

반면 제작자가 기술 인력들을 노조와 관련없이 별도의 계약으로 체결해 이번 파업을 피해간 지독히 운좋은(?) 공연도 있다.

'프로듀서스' 제작팀이 다시 모여 만든 '영 프랑켄슈타인',카메론 매킨토시와 디즈니가 공동 제작자로 나선 '메리 포핀스',1980년대 동명의 영화를 각색한 주크박스 뮤지컬로 젊고 엽기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재너두' 등이다.

이들 공연은 예정대로 계속되고 있으며 매일 밀려드는 관객들로 인해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예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위해 일명 '파업에 대처하는 서바이벌 가이드'라는 특별 섹션을 만들었다.

파업을 비켜간 일부 브로드웨이 작품들과 파업과 관계없는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들 중 호평받은 것들로 이루어진 섹션이다.

덕분에 출장 중에 오프 브로드웨이의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을 여러 편 만날 수 있었는데,이것이 훗날 이번 파업이 준 의외의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조용신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