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도입한 대학수학능력시험 9등급제의 영향으로 2008학년도 수시전형 지원자들의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수능 전 원서 접수를 마감한 수시 2-1학기 전형 응시자들 중 상당수가 수능 최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학교의 대학별 시험을 포기하고 있는 것.대표적인 예가 연세대다.

연세대(인문계ㆍ의치예)는 3개 영역 이상에서 2등급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연세대를 노리던 수험생들이 고려대로 대거 이동 중이다.

고려대는 수능에서 2개 영역만 2등급 이내면 지원이 가능하다.

서울 강남구 소재 S학원의 관계자는 22일 "연대반 학생의 절반 정도가 고대반으로 빠져 나갔다"며 "수능 한두 과목에서 등급이 밀린 학생들이 연세대 진학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연세대와 고려대 두 곳 모두에 원서를 내놓고 수능을 치르고 어느 대학의 대학별 고사에 응시할지를 저울질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영일 김영일컨설팅 대표는 "고려대는 연세대에 비해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이 느슨하고 논술고사의 유형도 연세대보다 명료하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고려대의 입시요강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능 직후 이뤄진 수시 2-2학기 원서 접수에서도 수능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학과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수시 2-2 전형의 원서 접수를 마감한 한국외국어대는 126명 모집(서울캠퍼스 기준)에 8585명이 지원해 68.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지원율 23.3 대 1의 3배에 달한다.

외대에 앞서 18일 원서 접수를 마감한 한양대도 수능 성적 없이 논술과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리더십 우수자 전형'에 학생들이 몰렸다.

이 전형의 경쟁률은 30.6 대 1을 기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27일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이화여대 등 다른 대학도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