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씨의 아내 이보라씨가 21일 이명박 대선후보의 연루설을 재차 제기함에 따라 이 후보와 김씨 측의 진실공방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씨가 'BBK의 실소유주는 이 후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크게 네 가지 주장과 관련 자료를 내놓자 이 후보 측은 즉각 반대증거들을 공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씨가 가장 먼저 쟁점으로 삼은 것은 이 후보와 김씨가 만난 시점이다.

이 후보 측이 주장하는 2000년 초가 아니라 1999년 초라는 게 기자회견 첫 일성이었다.

첫 만남의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BBK의 설립시점과의 관련성 때문이다.

BBK가 1999년4월 설립됐으므로 두 사람이 그 이전인 99년 초 만났다면 BBK 설립과정에 이 후보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가능해지지만,2000년 초 만났다면 BBK는 김경준씨가 독자적으로 만든 회사라는 게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 후보는 1999년 말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연수 중이었다.

아무리 허위주장을 해도 6하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이 후보의 측근인 김백준씨에게 준 친필메모와 비슷한 시기 이 후보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대화의 주제나 수준이 사업상 만남의 초기 단계에 나오는 것들 뿐이며,그 태도 또한 주종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협상파트너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BBK와 LK이뱅크가 같은 계열의 회사인 것처럼 사명이 나란히 적혀있는 이 후보의 당시 명함과 브로셔도 쟁점이다.

이씨는 "이 후보의 여비서가 증인심문에서 '이명박씨의 실제 명함이고 브로셔도 위조가 아닌 진짜'라고 증언했다"며 심문장면을 찍은 DVD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은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이 EBK증권중개를 공동창업하려던 때였으므로 김경준이 임의로 이런 명함이나 홍보물을 만들었을 수 있겠지만 EBK 설립계획 취소로 이 후보가 실제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다스가 BBK의 역외펀드 MAF에 190억원을 실제로 투자했는지 여부를 놓고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이씨는 지난 8월 미국에서 진행된 다스의 투자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횡령과 사기 혐의가 무죄로 판결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경원 대변인은 "미 연방검찰이 재산 몰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다스 소송도 자동으로 패소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그러나 당시 재산몰수소송 판결문을 보면 '검찰이 법원의 명령에 따라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노력을 했다면 검찰이 승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김씨의 결백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글판 1종과 영문판 3종 등 모두 4종의 이면계약서가 있다는 주장도 논란거리다.

이씨는 특히 "한글로 된 계약서는 이 후보가 BBK를 실제 소유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면계약서는 없다.

정면계약서만 있다"며 "계약서 3종 역시 그것이 설사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