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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500km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 울루(Oulu).1982년 조성된 유럽 최초의 사이언스파크인 '울루 테크노파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 무선통신 기업 노키아의 R&D 거점이 바로 이곳에 있다.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울루테크노폴리스'라는 이름으로 도시 자체를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지역 전체가 산ㆍ학ㆍ연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복합기업체'인 셈이다.

현재 핀란드에는 울루를 비롯해 총 19개의 사이언스파크가 있다.

핀란드와 비슷한 여건을 가진 우리나라는 어떨까.

1997년부터 전국 각지에 차세대 지역경제를 이끌 테크노파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사)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가 출범하며 '제2의 발전기'를 맞았다.

태동 10년을 맞은 '한국형 테크노파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 유럽의 사이언스파크 성공모델을 벤치마킹, 기술하부구조확충 5개년 계획에 의거해 테크노파크(TP) 도입 계획을 수립했다.

지역의 산업 인프라를 한 곳에 집중시켜 대학과 산업계가 공동으로 활용토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국가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로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이 착수됐다.

TP사업은 1997년 12월 경북, 광주, 대구, 송도, 경기, 충남 등 6개의 시범 도시가 선정되면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이듬해 '산업기술단지 지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먼저 출발한 6개의 테크노파크는 2001년 1기 단지조성사업을 끝내고 2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8개의 후발 테크노파크인 부산, 포항, 강원, 전남, 전북, 충북, 울산산업진흥, 경남은 단지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2005년에는 2개 민자 테크노파크(경기대진, 서울)가 추가로 지정돼 전국 16개의 테크노파크가 지역혁신의 거점기관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이다.

테크노파크는 크게 6가지 사업을 수행한다.

△산ㆍ학ㆍ연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구개발 △유망 벤처기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창업보육 △정보교류 △기술 인력의 교육 및 훈련 △시제품 생산을 위한 시험생산 △기술행정지원 등이다.

테크노파크의 지난 10년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지역산업 발전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보육 사업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입주 공간 제공을 통해 2005년 429개, 2006년 474개 기업이 창업했다.

지난해 입주기업 업체별 총매출액은 2002년도 대비 550% 증가한 9655억 원 규모이며, 평균매출액은 320% 증가한 20.4억 원 수준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테크노파크에 입주한 기업은 저렴한 임대료, 다양한 기업지원 서비스를 통해 견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주)에코솔루션(경기TP), (주)에버테크노(충남TP) 등 일부 기업은 코스닥에 입성했다.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입주기업 총 고용인원은 02년도 대비 220% 증가, 현재 5,253명이 종사하고 있다.

'벤처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구축 사업도 돋보인다.

지금까지 연구개발 지원 259건(387건 특허 출원), 장비구축 713건, 교육훈련 381건(10,660명 교육) 등의 성과를 거뒀다.

이는 기술혁신 및 기술이전 사업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기술교류회 등 다양한 유형의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했다.

8개 테크노파크에 지역기술이전센터(RTTC)를 설치해 집중 육성한 결과 기술거래 성사건수(거래금액)가 03년 17건(5억 원), 04년 36건(18억 원), 05년 55건(20억 원), 06년 93건(55.3억 원)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

테크노파크는 지난해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실시한 균특사업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작년 12월에는 테크노파크를 지역혁신의 거점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산업기술단지지원특례법'이 개정됐다.

이 법은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전략산업기획단, 지역특화센터 등 지역산업혁신 지원기관들을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기관을 하나로 결집시켜 그 역량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지역산업혁신 지원기관들이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하나의 재단으로 통합됨에 따라 명실상부한 '지역혁신의 거점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52개 지역특화센터 중 25개는 테크노파크로 통합 운영되고, 27개는 단순연계운영 된다.

또 지역별로 테크노파크가 중심이 돼 자율적으로 '지역전략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산자부)은 계획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되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각 지역의 테크노파크가 지역산업의 전체 청사진을 연계, 조율하는 핵심 기관이 되는 것이다.

업무영역이 넓어진 테크노파크의 첫 야심작은 산자부 지원 아래 추진 중인 '기술경영지원통합플랫폼' 구축사업이다.

이는 그동안 지역사업 추진과정에서 기업의 혼란과 불편을 초래한 공급자 중심의 '칸막이 식' 지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노르웨이식 중소기업 국가지원시스템인 'BUNT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담 컨설턴트가 기업수요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일괄 지원하는 '기업 밀착형 지원' 시스템이다.

테크노파크는 기업의 서비스 신청 및 제공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온라인시스템을 기반으로 고객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서비스 안내 및 신청, 기업의 기술 및 경영상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파트너를 두게 된다.

현재 이런 수요자 중심의 '중소기업 종합지원서비스' 구축을 위해 ISP(정보화전략계획)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ISP를 기반으로 광주, 부산, 충북 3개 지역에서 기술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일련의 서비스를 총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전국의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계된 '한국형 테크노파크'는 글로벌 중기를 잉태할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