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18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의의 화두는 달러화 약세였다.

이란 베네수엘라 등은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유로화나 복수통화바스킷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가 달러화로 표시되고 있어 달러화 하락분만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일 이들의 주장대로 원유 결제통화가 유로화 등으로 바뀔 경우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상실하고 급락할 가능성이 커 국제 금융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원유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다른 통화로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CNN머니가 19일 보도했다.

이유는 △달러 약세보다 가파른 유가 상승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밀한 관계 △기술적 어려움 등 크게 세가지다.
弱달러지만 … 원유 유로화 결제 쉽지 않다
달러화 가치는 2002년 이후 유로화에 대해 50%나 하락했다.

만일 유가가 같다면 OPEC 국가들은 50%의 상대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유가는 5배나 급등했다.

달러 절하분 50%를 감안해도 2.5배 올랐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비록 달러화 약세 추세가 가파르다고는 하지만 유가 상승세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볼 정도로 빠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OPEC 국가들은 달러화 약세로 손에 쥐는 이익이 줄어들지 않는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분 관계도 결제통화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OPEC에서 결제통화를 바꾸려면 생산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가 돈독해 쉽게 움직이지 않으려 한다.

기술적 어려움도 걸림돌이다.

OPEC은 유가를 산정할 때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나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결제통화를 바꾸려면 독자적인 유가 산정 방식으로 산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