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내갈길 갈것" … 문국현 "鄭 사퇴하라" … 정동영 "대의 따라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이인제 민주당,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등 범여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이 후보는 20일 독자 출마를 선언했고,문 후보는 이날 정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오히려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범여권의 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정 후보는 리더십에 타격을 받으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민주당과 신당의 경우 통합협상은 늦어도 21일까지 타결돼야 한다.

22∼23일 이틀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대선후보 등록 전인 24일까지 선관위에서 합당 신고서가 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인제,통합 없는 단일화는 없다=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당과의 재통합이나 후보 단일화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지금부터 저와 민주당은 독자적으로 중도개혁 정권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저와 민주당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중도개혁세력의 재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면서 "정동영 후보와 신당이 국민 앞에서 약속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차버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양당 통합 협상의 막판 타결 가능성과 관련,"새로운 협상이나 합의는 의미가 없어졌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후보 단일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통합 없는 후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며 "통합과 단일화를 하려면 후보 등록 이전까지 이뤄져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도 없고,신당이 진정성을 보여준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국현,단일화 제안 거부=문 후보는 정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단일화에 앞서 정 후보의 진정어린 사과와 함께 후보 사퇴를 공식 요청한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외면한 정치세력이 합치고 보자는 주장은 오만한 것이며,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도 없다.

정 후보는 스스로 더 이상 희망을 줄 수 없는 무능한 정치세력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후보 단일화는 국민들의 요구가 아니다"면서 "소통합,대통합 다해봤지만 신당의 지지율은 내려갔다.

이는 국민들이 단일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후보가 이런 요청에 동의하기 힘들다면 공개 토론회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며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와 신당의 공과를 정확히 가리고,정 후보에 대한 사퇴 요청과 단일화 문제까지 모두 토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 위기 맞은 鄭=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지지율 정체의 돌파구로 삼았던 정 후보는 치명적인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다.

하지만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정 후보의 위기는 자칫 진보ㆍ개혁진영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단일화 움직임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정 후보는 "지지율 안 올라 답답하다"면서도 후보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협상이라는 게 막바지에 가면 밀고 당기기와 진통이 있다"며 "(민주당과의 통합과 후보 단일화는)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와 문 후보를 겨냥,"제 정파와 대선 후보들이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적 여망을 저버리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강동균/노경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