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달러화 가치 약세로 보유 외환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달러 약세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원 총리는 20일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강연을 가진 뒤 중국 경제 전반에 관해 기자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달러에 대한 회의(?)

원 총리는 "중국이 보유외환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는 달러 가치의 변동에 큰 압력을 받지 않았지만 이제는 보유액의 규모가 큰 만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할지가 정부로서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막대한 보유 외환이 문제이기는 하나 좋은 현상"이라면서 "개방된 나라만이 강해지고 번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총리가 달러 약세로 인해 보유외환의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최근 청쓰웨이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 등이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보유외환 다변화 주장과 일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AP통신은 이와 관련,원 총리의 발언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달러에 대한 회의감을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9월 말 현재 1조4300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60~70%가 미국 국채 등 달러표시 자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 총리는 또 위안화 환율에 대해 "환율 하루 변동폭(기준환율 대비 상하 0.5%)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시기나 방법 등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버블이 중국 경제의 위험요소

원 총리는 "주가가 떨어지면 증시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가가 오르면 버블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둘다 옳은 말"이라며 "현재로서는 버블을 경계해야 하며 버블붕괴는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장기업이 이익을 지속적으로 내야 증시의 기본이 바로 선다"고 지적하고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증시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증시는 시작한 지 10여년밖에 안 돼 10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서구에 비해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며 "기업에 대해 경제적이고 법률적인 감시를 지속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올바른 질서를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각종 제도적인 미비점을 계속 보완하는 동시에 내부자거래 등에 대한 철저한 감독체제를 설립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주식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투자 리스크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주택 불균형 해소에 역점

원 총리는 "주택문제는 지역별 소득별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주택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개혁개방 이후에 주택조건이 상당히 개선돼 1인당 주택 면적이 20㎡에 이르고 있지만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민주택을 정부의 지원 아래 평균 90㎡ 규모로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민주택의 공급가격은 일반 주택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다만 고급주택은 시장기능에 맡기되 가격 조작 등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감시 기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