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과에 점수를 준다면 100점 이상입니다"

올해 한국프로골프에서 상금왕과 신인왕을 석권하고 사상 최고 상금기록을 세우는 등 절대 강자로 등장한 '슈퍼루키' 김경태(21.신한은행)가 18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일본프로골프투어 던롭피닉스토너먼트를 끝으로 2007년 시즌을 마감했다.

한국프로골프투어 15개 대회와 해외 원정 4개 대회 등 모두 19개 대회를 치른 김경태는 국내에서는 세차례 우승과 4억4천여만원의 상금을 벌었고 태국,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9천만원을 보탰다.

5억원이 넘는 상금에 국내 최고 선수 타이틀과 평생에 한 번 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까지 휩쓴 김경태에게 2007년은 스스로 내린 평가처럼 기대치를 넘어서는 대성공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김경태를 만나 올해 결산과 내년 계획을 들어봤다.

김경태는 올해 성적에 대해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면서 "우승이 상반기에만 집중됐고 후반기에도 우승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프로에 데뷔할 때 세웠던 목표를 두 세배 넘어섰다"고 흡족해 했다.

"특히 상금왕과 신인왕을 차지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는 김경태는 "오히려 올해 너무 잘해서 내년 시즌에 더 잘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부담도 생긴다"고 밝혔다.

국내 대회에 비해 성과가 미흡했던 해외대회에 대해서 김경태는 "'아차'하는 순간 성적이 곤두박질쳐서 확실히 국내 대회와 달랐다"면서 입맛을 다셨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유럽투어 조니워커클래식과 HSBC챔피언스는 "무난했다"고 평가했지만 아시아투어 싱가포르오픈 컷오프를 공동선두로 시작해 공동 21위로 끝난 일본대회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작은 실수가 화를 불렀다는 것.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 제패와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 2연패, 아시안게임 2관왕 등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김경태는 프로 선수로 지낸 첫해 성과도 풍족했지만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우선 프로 무대에서 버티려면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마추어 때도 출전하는 대회는 올해 못지 않게 많았지만 대회 사이사이 쉴 수 있는 기간이 많아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은 안해봤다"는 김경태는 "프로에 오니 대회가 계속 이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휴식의 중요성도 알게 됐고 어떻게 쉬어야 하는 지도 배웠다"는 김경태는 "올해도 여름에 보약을 잘못 먹었다가 부작용으로 고생했는데 체력훈련을 체계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28일부터 엿새 동안 계속되는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하는 김경태는 합격한다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20개 대회 가량을 뛸 생각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10개 대회 가량 치르고 틈틈이 아시아투어와 유럽투어에도 나설 계획이다.

당초 일본진출도 2∼3년 뒤로 잡았지만 올해 상금왕에 오르면서 퀄리파잉스쿨에 최종전만 치르도록 일본프로골프투어가 배려해줘 앞당긴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한 계획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일본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2연패하고 한국에서 상금왕까지 차지한 김경태가 퀄리파잉스쿨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한 명도 없지만 김경태는 "퀄리파잉스쿨은 또 다르다"며 바짝 긴장했다.

'떨어지면 선수 생활을 할 곳이 없다'는 절박감은 없지만 사실상 단판 승부나 다름없고 변수가 많아 방심할 수 없다는 김경태는 "한국 상금왕이 테스트에 떨어지면 망신이니 심리적으로 꽤 부담스럽다.

원래 유럽투어 홍콩오픈 출전을 염두에 뒀지만 퀄리파잉스쿨에 대비해 일본 대회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가사키에서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뒤 퀄리파잉스쿨이 열리는 이바라키현으로 이동해 적어도 나흘 정도는 코스 적응 훈련을 치르기로 하는 등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위에 약해 다소 쌀쌀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지 날씨 적응도 급선무다.

하지만 일본프로골프의 수준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아마추어 때를 포함해 일본프로골프투어 대회에서 다섯번째 출전했다는 김경태는 "일본투어는 여건이 참 좋다.

만약 한국도 이런 여건이라면 한국 선수들도 일본 선수 수준만큼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 관리가 잘 되어 있고 훈련이나 투어를 지원하는 시스템도 완벽해 "이런 데서 선수 생활을 하면 금방 실력이 늘 것 같다"는 김경태는 "최상위급 선수들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실력이 차이가 없고 다만 일본은 중상위권 선수층이 아주 두터운 게 다르다"고 봤다.

(미야자키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