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판지 생산업체인 한창제지와 신풍제지의 '동업' 관계가 1년여 만에 파경을 맞았다.

경쟁업체 간 자발적 협력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첫 실험이 실패함에 따라 백판지 업계는 또다시 출혈경쟁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풍과 한창은 의류 신발 등 상품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설립한 공동판매 법인 '다비페이퍼'를 1년여 만에 청산키로 했다.

이 법인은 두 회사가 공동으로 자본금 15억원(신풍 60%,한창 40%)을 투자해 만든 합작판매 법인으로,지난해 8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신풍에서 저평량(얇은) 백판지를,한창에서 고평량(두꺼운) 백판지를 각각 공급받아 판매했다.

두 회사는 합작판매법인을 출범시키면서 국내 백판지 시장의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각각 2대씩 갖고 있던 초지기도 1대씩 줄이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회사의 파경은 공동판매에서 더 나아가 공동생산까지 추진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신뢰가 깨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신풍은 평택 국제화도시계획지구에 편입될 예정인 평택공장을 폐쇄하고 생산라인을 한창의 양산공장으로 이전,양사가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풍이 평택공장의 양산 이전방안을 검토했으나 부지 협소 등 여러 면에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신풍은 평택공장을 전북 군장산업단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신풍과 한창의 6 대 4의 공급비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도 협력이 깨진 요인이라는 것.한창제지 관계자는 "애초 서로 할당된 물량을 공급해서 팔지 못하면 결국 남는 종이는 수출해야 하는 등 합작의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동판매법인의 경영권은 신풍이 행사해왔다.

이와 관련,신풍은 지난 15일 판매법인 신풍페이퍼몰(자본금 4억5000만원)을 설립했고 한창은 내달 1일께 파견직원을 철수,자체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백판지는 한솔제지 대한펄프,세하 등 5개사가 연간 120만t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공장 신증설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된 데다 내수시장도 공급 과잉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판지 시장의 어려운 경영환경 타개를 위해 첫 시도된 자발적 협력관계가 무산돼 아쉽다"면서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업계에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