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대하사극 '대왕 세종' 타이틀롤 맡아

"겁도 나고 부담도 되지만 세종대왕이 위대한 성군이 돼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배우 김상경이 내년 1월 '대조영' 후속으로 방송되는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 세종'(극본 윤선주, 연출 김성근)에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15일 전라북도 부안군 '대왕 세종'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평소 운명적인 것을 믿는다"면서 "어느 날 꿈에 세종대왕께서 나타나셨고 이 드라마에서 타이틀롤을 맡게 됐다"고 세종대왕과의 운명적인 인연을 소개했다.

김상경이 '세종대왕 꿈'을 꿨다는 날은 영화 '화려한 휴가'를 홍보하던 시기. 당시만 해도 김상경은 자신의 꿈에 나타난 세종대왕이 드라마 '대왕 세종'에서 자신이 맡게 될 배역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살인의 추억' '화려한 휴가' 등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성공할 때마다 꿈에 대통령이 나온 경험을 했기에 세종대왕 역시 '화려한 휴가'의 성공 징조로만 여겼다는 것.

"세종대왕께서 광화문에서 저를 보고 손을 흔드시는 꿈을 꿨는데 그때 저는 '대왕 세종'이라는 드라마가 준비되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그런데 며칠 후 연출자인 김성근 PD를 만났고 '대왕 세종' 출연까지 하게 됐어요.

그래서인지 촬영장에 와도 오랜만의 사극인데 전혀 어색하거나 낯설지 않고 편안해요."

'대왕 세종'은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성장해 조선 제일의 정치지도자로 우뚝 선 세종(1397~1450)의 면모를 재조명하는 드라마. 김상경은 13세 때부터 한글창제 등에 이르기까지의 세종의 일대기를 통해 세종이 이룬 업적과 인간적 고뇌를 그린다.

수많은 사극에 여러 왕이 등장했지만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는 1970년대에 KBS가 '세종대왕'이라는 타이틀로 방영한 뒤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결혼한 새 신랑인 김상경은 14일부터 '대왕 세종' 촬영에 합류했다.

그동안 그는 세종에 대한 책을 읽으며 작품을 준비해왔다.

"먼저 경외감이 들어요.

여러 면에서 정말 뛰어나시고 에너지도 왕성하신 분이죠. 저와 비슷한 면이 있다면 세종대왕께서도 거구셨고 녹색을 좋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한글이나 측우기를 만드신 위대한 성군으로만 세종대왕을 기억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의 모습이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종이 점점 성장 발전해 성군이 돼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습니다."

세종 역할은 김상경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온 국민의 존경을 받는 성군인 세종 역을 연기한다는 것은 연기자에게 영광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모두가 생각하는 세종대왕의 이미지가 있으니 그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어 부담이 되고 겁나기도 해요.

1년 가까이 촬영하는 긴 호흡의 드라마여서 고민도 했는데, 제 인생에서 1~2년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위대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01년 MBC 사극 '홍국영'에 출연한 적이 있는 그는 최근 주로 영화를 통해 수수한 모습을 선보였다.

시대나 역할에 대해 폭넓은 범위를 소화하는 연기자인 김상경이 어떤 모습으로 세종을 그려낼지도 관심을 모은다.

"세종이 나중에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도 범상치 않은 무게감이 배어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생각해요.

자꾸 눈감고 세종대왕의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나 사진)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봅니다."

한편 사극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요즘, 각 사극은 한 영웅이 역경을 뚫고 나라를 세운다거나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 등 극적인 역사 속 일화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세종 시대는 특별히 알려진 사건이 없다는 점은 제작진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상경은 "세종대왕은 업적은 많은데 드라마로 그리기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게임이 더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성근 PD는 이와 관련해 "사극 주인공들이 낮은 위치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올라서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런 부분만이 사극을 만드는 건 아니다"라면서 "훈민정음을 만든 사실은 기록에 있지만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는 어떤 과정, 어떤 연유에서 무엇을 이뤘는지에 대한 부분으로 드라마로 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안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