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5일 오전 10시 도쿄 후카자와의 자택을 나섰지만 당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하루종일 시내 호텔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과의 대연정 파문으로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뒤 장고(長考)에 들어간 모습이다.

국민들은 오자와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정계 풍운아' 오자와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자민당의 최연소 간사장을 지내며 총리 후보까지 올랐다가 1993년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던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일본의 정계개편을 주도해왔다.

오자와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대파하고 여소야대 형국을 만들었다.

그는 참의원 장악을 지렛대로 내년 초 중의원 해산과 총선을 유도해 정권을 빼앗으려 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는 지난 주말 후쿠다 총리와의 독대에서 예상을 깨고 대연정을 논의했다.

뒤늦게 이를 안 민주당 간부들이 일제히 반대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오자와 대표는 대연정의 이유로 '민주당의 수권능력 부족'을 꼽았다.

"민주당은 여러모로 부족해 총선을 하더라도 정권을 얻기 어렵다.

일단 자민당과 연정을 해 수권능력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선을 통한 정권교체에 자신감을 보이던 그가 왜 갑자기 '현실'을 인정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오자와 대표의 '속뜻'을 알긴 어렵지만 그의 독단적인 대연정 논의가 정권교체를 어렵게 만든 건 분명하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표가 간부들과 논의도 없이 대연정을 추진하고,이를 당이 거부해 대표가 사퇴하는 상황은 적전분열이다.

혹시 추종 세력을 데리고 나가 자민당과 연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래 가지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나"라고 탄식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한국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움직임으로 정국이 폭풍 전야다.

정권교체기에 정국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치는 닮은 꼴이다.

두 나라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