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금강산 비로봉 관광에 이어 백두산, 개성 관광까지 이뤄내며 대북 관광 사업의 꿈을 실현했다.

3일 현대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현정은 회장은 이번 평양 방문에서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백두산 및 개성 관광을 실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또한 금강산 내금강 관광의 핵심인 비로봉 관광이라는 선물까지 얻어냈다.

현정은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대북 관광 3대 사업을 모두 성사시킴에 따라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 회장과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못다 이룬 대북 관광사업을 이뤄낸 셈이 됐다.

◇ 우여곡절 끝에 꽃핀 대북 관광사업 =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의 첫 걸음은 지난 98년 11월 금강산 관광 시작이었다.

'분단 50년'의 장벽을 허무는 대사건이라는 평가 속에 금강산 관광은 막을 올렸지만 현대아산은 일시금을 합해 5년간 9억4천200만달러에 달했던 막대한 관광 대가에 짓눌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야했다.

이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논리보다는 대북사업을 향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개인적 의지와 정치 논리에 무게를 둔 채 사업 구도가 짜였기 때문이다.

특히 2003년에는 정부의 관광경비 보조금이 끊기면서 금강산 관광이 최대 위기를 맞았고 그해 8월 대북사업의 수장격인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금강산 관광은 지속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해 9월부터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돼 현대그룹은 한숨을 돌렸고 해금강호텔, 금강산호텔, 온천빌리지 그리고 최근 내금강 관광에 골프장까지 들어서면서 올해는 연간 관광객이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 백두산.개성관광 진행 절차는 = 현대그룹과 북측의 합의문에 따르면 백두산 관광은 내년 5월부터, 개성관광은 오는 12월 초부터 가능하게된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아산은 이들 지역에 대한 답사 및 시범 관광이 이미 이뤄진 상태라 이 기간에 본 관광을 실시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삼지연 공항의 경우 B737의 이착륙이 가능하고 숙박 시설 등을 고려할 때 한번에 200명 정도 관광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일단은 백두산 지역에 한해 관광을 실시하며 스키장 등을 이용한 겨울 관광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아산은 지난 2005년 7월 북측과 연내 백두산관광을 2회 이상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비리로 북측과 마찰을 빚으면서 백두산 관광이 진전을 보지 못한바있다.

하지만 이번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통해 삼지연 공항의 활주로 상태가 생각보다 양호한 것으로 밝혀진데다 숙박 시설과 도로 등도 북측 현지 주민 관광을 위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라 보수를 통해 5월 본관광이 가능하다는게 현대아산측의 설명이다.

숙박시설의 경우 백두산 베개봉호텔과 소백수 초대소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아산은 중국 쪽이 아닌 북측을 통해 백두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백두산 지역 관광도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묘향산과 평양까지 관광지역으로 묶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개성관광은 이미 개성공단 또는 개성 지역 사찰 방문 인사들이 부분적으로 실시해왔던터여서 12월 초에 시작하는데는 지장은 없는 상황이다.

당초 개성관광은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맞춰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관광요금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도로 등 인프라가 이미 갖춰져 있어 여행사를 통한 모객만 하면 당장이라도 관광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은 만월대와 선죽교, 고려왕릉, 박연폭포 등 유적지를 다양한 코스로 나눠 당일 관광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관광 대가에 대해서는 현대그룹은 금강산에 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강산의 경우 1박에 입객료를 북측에 35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개성관광은 조계종이 영통사를 방문하면서 50달러선을 낸 적이 있어 이 수준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백두산 관광 또한 금강산과 개성관광 입객료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 앞으로 남은 변수는 = 문제는 남북 관계의 특성상 양측의 합의가 갑자기 무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05년 7월에 백두산 시범관광을 합의하고도 이뤄지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번 합의의 경우는 실현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이 현대그룹측의 주장이다.

이번 현대그룹과 북측의 백두산과 개성관광 합의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 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정은 회장이 이번 평양 방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을 직접 만났으며, 김 위원장은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에 대한 각별한 추억을 회고하면서 직접 격려까지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98년 10월 30일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처음 백화원에서 만났는데 9년만에 같은날 현 회장 일행이 평양을 다시 방문해 의미가 새롭다"면서 "현대가 남북관계의 개척자로서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에게 대북 사업과 관련해 부족한게 있으면 말하라면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내비친 점도 고무적이다.

이는 현 회장을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잇는 대북사업의 '선장'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과제는 정부 차원에서 백두산 직항로를 어떤 항로로 연결할 것인지를 결정해야하며, 백두산 및 개성관광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롯데관광 등 국내 여행사의 협력을 구해야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을 하면서 대북 관광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백두산과 개성 관광 또한 이에 입각해 잡음이 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