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62)의 후계구도 굳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그룹은 2일 "김 회장이 보유 중이던 동부CNI 주식 903만470주 가운데 274만2000주를 외아들인 남호씨(32)에게,199만3000주를 딸인 주원씨(34)에게,124만4000주를 동부문화재단에 각각 증여했다"며 "이번 증여로 남호씨는 동부CNI 지분 16.68%를 확보,김준기 회장(지분 12.25%)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남호씨는 2002년 그룹 내 핵심 금융계열사인 동부화재의 최대주주에 오른 데 이어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컨설팅을 맡는 동부CNI에 대한 영향력도 확보하게 됐다.

재계는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남호씨가 언제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남호씨,핵심계열사 최대주주로

동부그룹은 "이번 증여는 김준기 회장이 이전부터 진행해왔던 남호씨에 대한 지분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슬하에 딸 주원씨와 아들 남호씨를 두고 있다.

외아들인 남호씨는 사실상 동부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여겨져 왔다.

남호씨는 이번에 동부CNI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동부CNI는 지난 3월 그룹 내 IT솔루션을 맡던 동부정보기술이 ㈜동부의 컨실팅 부문을 흡수합병해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는 동부정밀화학의 지분 21.58%를 확보하고 있으며,동부정밀화학은 다시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강 지분 14.7%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남호씨는 동부CNI를 통해 화학 및 제조부문 핵심계열사 두 곳의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남호씨는 또 동부화재의 지분 14.0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금융 및 건설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동부화재는 현재 동부건설(11.9%),동부증권(12.13%),동부생명(31.29%) 등 3개 계열사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동부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다.

◆경영권 승계 언제쯤?

남호씨가 동부화재에 이어 동부CNI의 최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이제 관심은 그가 언제쯤 동부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지에 쏠리고 있다.

남호씨는 미국 웨스트민스터대(경영학)를 졸업한 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서 근무했다.

이어 2005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워싱턴 주립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동부 안팎에서는 남호씨가 5년째 외부에서 경영 관련 수업을 받아온 만큼 조만간 그룹 경영에 뛰어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동부 관계자는 그러나 "남호씨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상당수 확보한 것은 맞지만,당분간 경영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앞으로 1∼2년 내에 경영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회장이 아직까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정도로 나이가 많지 않고,남호씨 본인도 좀 더 경영 관련 공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