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늘고 있지만 고용평등과 여성 인재 개발은 미완의 숙제다.

기업 고위직 임원 중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고 여성 리더십을 보는 사회의 편견도 여전하다.

글로벌인재포럼 마지막날인 25일,바바라 이싱거 OECD 교육국장을 비롯해 일레인 채프먼 무어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 PACE파트너십 매니저,아델 이어겐 휴잇어소시엇츠 이사,이혜숙 이화여대 교수(여성과학기술단체회장),최순자 인하대 교수,최경희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 등 포럼에 참석한 여성 인사들이 이 같은 문제의식을 함께했다.

'여성 인재와 리더십'을 주제로 한 특별 좌담회에서 이들은 "여성들은 고학력,고소득일수록 항상 가정이냐 직장이냐의 선택을 강요당한다"며 "여성 인재 개발을 위해선 기업과 사회가 힘을 합쳐 다양한 롤 모델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으로서 각 영역에서 높은 성취를 일군 경험을 토대로 생생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졌다.

바바라 이싱거 국장은 우선 "OECD 상당수 국가에서 여성의 학력이 남성보다 더 높지만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은 극소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들은 일찍 취업을 원하는 남성들과 달리 대학에 진학하는 게 미래를 위해 안전하다고 여긴다는 것.그는 그 이유로 아직 낮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들며 "여성들이 안정감을 갖고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변화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기업의 고용 평등을 꼽았다.

최순자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가 회장의 주도 아래 전체 채용인원의 30%를 여성으로 뽑고 있다"며 "상당히 적극적인 조치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이를 넘어서는 고용 평등 정책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여성 리더십을 만드는 요소로 능력과 훈련,다양성을 들며 "훈련을 통해 능력을 쌓은 여성도 사람들에 의해 선택받고 기회를 얻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역설했다.

최경희 비서관도 "한국의 대학에서 여학생의 비중은 높지만 교수직을 맡은 여성은 훨씬 적다"며 그 해결책으로 제도적인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고용목표제를 모범 사례로 들며 여성 인재 활용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이혜숙 교수는 "여성에게는 아직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라며 "보육 시설과 육아 제도를 국가와 기업이 나눠 개선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참가자들은 또 여성의 차별화된 능력을 사회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레인 채프먼 무어 매니저는 GM에서 지켜본 여성 인력의 현황을 소개하며 여성 인재의 높은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여성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기업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여성들은 단순한 경영학적 지식이 아니라 커뮤니티 스킬,열정과 균형 감각 등에서 높은 성취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델 이어겐 이사는 "지금의 위치에 올라오는 데는 남자 같은 일 처리와 여성이라는 차별점이 함께 작용했다"면서도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게 되면 더 많은 유리 천장(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장벽)을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인적자원을 주제로 펼쳐진 이번 포럼에서도 여성의 참여 비중은 기대보다 낮은 편이라며 "여성들이 여성 스스로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성들의 협력도 여성 인력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무어 매니저는 "성공한 여성의 주변에는 늘 남성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여성 리더십 양성에서 남성들의 역할을 저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보았다.

여성 인재를 키우는 데 남성 기업인들이 전략적으로 나선다면 훨씬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극단적인 예지만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의 경우 남편이 가정을 돌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가정에서의 남성의 역할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각 영역에서 이 같은 여성 인재 모델과 남성의 협력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여성 인재에 대한 뿌리 깊은 무관심과 편견도 사라질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임원기/김유미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