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본으로부터 우리 토종붕어인 서호납줄갱이가 현지에 서식하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수원의 서호저수지에서 발견됐으나 60여년 전에 사라져 미국 시카고 자연사박물관에 모식표본으로 보관 중인 서호납줄갱이의 생존여부에 우리 학계가 큰 관심을 보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ㆍ일 합동생태조사 결과 일본의 '스이겐제니타나고'는 떡납줄갱이로 드러나면서 이번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생물자원 관리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가 비단 이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는 10만종에 이르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3만종에 불과한 형편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자원 발굴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잘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토종 관리에도 큰 허점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사라진 토종 가운데 다른 나라에 등록된 것도 수두룩하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라일락 품종인 '미스킴 라일락'과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잘 팔리는 구상나무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서구인의 식탁에 단골로 오르는 오이피클 역시 토종 백다다기 오이를 개량해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품종 개발이나 토종을 활용한 천연물질과 약제 개발 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으로 반출된 자생수목을 비싼 돈을 들여 조경수로 역수입하고 있으며,딸기와 장미,국화 등의 품종을 사용하기 위해 연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더구나 석유화학이나 정보통신 시장과 버금갈 정도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세계 생물자원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생물자원 확보가 국가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 비춰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1992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국가소유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적 권리,이른바 '생물주권'이 확립되면서 주요국들이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미국은 마다가스카르섬에 생물연구소를 세우고 세계의 생물자원을 수집하고 있으며,일본 또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물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최근 생물주권 비전을 선언한 것은 다소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생물자원의 발굴 관리 보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일은 이 땅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생물주권의 확립은 정부의 비전 선언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 생물자원의 총체적인 보전 및 관리시스템의 구축없이는 생물주권을 확보할 수 없으며,생물자원 강국이란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통하는 생물자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