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미국 잉거솔랜드 보브캣(소형 중장비 부문)부문 인수를 위한 협조융자를 주선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필요한 만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 자금시장이 위축된 영향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산은의 역량이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두산그룹에 대한 협조융자 시점을 당초 10월 초로 잡았다가 10월 말로 한 차례 늦췄으나 마무리짓는 데 실패해 11월로 또다시 미뤘다.

두산그룹에 대한 협조융자란 49억달러 규모의 보브캣 인수자금 중 10억달러는 두산이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나머지 39억달러를 산은이 주도해 대주단을 구성,자금을 조달해 주는 것을 말한다.

39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는 두산그룹이 대주단에서 차입하고 29억달러는 LBO금융(인수대상 자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것)으로 구성된다.

현재 산은 주도 협조융자에 세계적 투자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도 참여의사를 확실히 밝힌 곳은 수출입은행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산은은 10억달러 이상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산은의 협조융자 주선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제금융시장이 얼어붙은 탓이 크다.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LBO 방식의 대출을 기피하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해외차입 여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협조융자 참여에 소극적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산은의 금융 주선 역량이 부족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주단을 구성할 때는 주간사가 위험과 이익 전망 등을 종합분석하는 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들의 참여를 권유한다"며 "투자자들이 참여를 망설인다는 것은 주간사의 분석을 100% 신뢰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은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세계적 IB를 지향한다고 한 만큼 여건이 어려울 때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쉽다"며 "모건스탠리는 최근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아시아 투자를 목적으로 한 15억달러 규모의 PEF(사모투자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은 관계자는 "두산 협조융자에 의사를 확정 통보한 곳 이외에 상당수 금융회사가 참여의사를 갖고 있다"며 "이번 주 중 각 금융회사가 여신심사위원회를 개최,참여를 확정지으면 조만간 서명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