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증가율이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두 달 연속 10%대 증가율을 기록했던 산업생산이 0.3% 증가에 그쳤다.

최근 설비투자 부진와 부동산 경기 하강 추세를 감안한다면 경기회복세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경기회복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 증가세가 고유가 등 악재로 꺾일 경우 경기 불확실성이 다시 증폭될 수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9월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지난 2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생산이 저조한 탓에 출하도 1.4%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연초부터 줄곧 82~83%대에 머물다가 80.5%로 떨어졌다.

◆설비투자 부진,경기 발목잡나

생산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설비투자가 8.6% 급감한 결과로 보인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5년 4월(-1.0%) 이후 2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반기 들어서 설비투자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7월 1%,8월1.7% 증가에 그쳤고 9월에는 8.6%나 급감했다.

설비투자가 추세적으로 감소국면에 들어 당분간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성욱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설비투자 증가를 주도했던 반도체장비 투자가 7월부터 조정기에 들어갔다"며 "상반기에는 신권 발급으로 자동입출금기(ATM) 교체 수요가 있었는데 이것도 마무리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회복국면에도 설비투자가 왕성하게 일어나지 않으면서 경기회복의 강도가 약하고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경기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건설기성액은 6.8% 감소해 200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향후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건설수주도 9.8% 줄었다.

◆소비 주도의 불안한 경기회복

반면 소비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다.

소비는 추석 특수로 8.4% 증가하며 7월(9.8%) 8월(7.2%)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소비는 2월 12.1% 증가하는 등 상반기에도 대부분 5% 이상씩 증가해 수출과 함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중국발 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면서 소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가 크게 올라 '부(富)의 효과'로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주식시장이 나빠진다면 소비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소비가 꺾인다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수출경기는 좋겠지만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내수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통계청은 "추석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효과를 빼면 9월 생산이 12.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음 달에는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