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는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3월 불법파업을 벌인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는 사측에 51억7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勝訴)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 회부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불법파업을 강행해 회사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불편을 끼쳤던 점을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다.

이번 판결이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은 불법파업에 대해 법원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추세가 정착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얼마전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포스코 본사건물을 불법점거한 포항건설노조에 대해 10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고, 서울고법은 지난 2월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 및 노조간부들에게 1억9308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노동계의 불법파업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는 셈이다.

사실 불법파업과 관련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이는 지난 7월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지던 세브란스병원 파업이 병원측에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마자 마무리된 것만 봐도 단적으로 입증된다.

2005년 말 뉴욕시민들의 발을 꽁꽁 묶었던 지하철ㆍ버스 불법파업이 노조에 하루 100만달러씩의 벌금을 부과한 법원 결정을 계기로 단 3일 만에 중단됐던 미국의 사례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정부 또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공권력을 집행함으로써 법질서를 바로세우는 데 진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입으로는 엄정 대응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유야무야 처리하는 관행을 되풀이해 온 행태가 불법파업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똑똑히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노사관계는 각종 국제기구의 조사에서 세계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보면 이를 바로잡는 것만큼 시급한 일도 없다.

노동계도 이제는 무조건적 강경투쟁만 고집할 게 아니라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 노동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난무(亂舞)하는 불법파업 때문에 국내기업은 빠져나가고 외국기업마저 들어오지 않는다면 결국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동환경은 오히려 악화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