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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가 관객 1000만 시대를 연 지 3년.그동안 한국영화는 양적 성장을 이루며 은막의 풍성함과 화려함을 마음껏 음미했다.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003년부터 줄곧 50% 이상을 이어왔고,지난해 사상 최초로 60%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올 상반기 관객 점유율이 2001년 이래 가장 낮은 47.3%(CJ CGV 영화산업 분석조사)를 기록했고,수출실적이나 수익률 등 산업의 내실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은 불안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영화 제작편수는 늘어난 반면,'몸집'큰 영화들의 스크린 독점이 여전해 작품성 있는 작은 영화들은 극장을 잡기조차 힘들다.

허울 좋은 성장의 내면은 허술한 내실 때문에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한 실정.충무로 영화관계자들의 주름이 늘어가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제작사 LJ필름(대표 이승재 www.ljfilm.com)이 한국 영화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이승재 대표가 제안하는 '틈새시장 개척'과 '해외시장 진출'의 해법을 들여다본다.

◆다양한 시도로 '시네마 한류' 주도

지난 21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2007 CJ 뮤지컬 쇼케이스'행사가 열렸다.

이날 영화 '삼거리극장(전계수 감독)'이 신선하고 참신한 스토리와 작품성을 인정받아 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CJ 뮤지컬 쇼케이스'는 뮤지컬 무대에 걸맞는 콘텐츠를 발굴,제작을 후원함으로써 역량 있는 창작자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미 2006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었던 이 영화가 이번 수상을 기회로 다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를 얻었다.

LJ필름이 제작한 '삼거리극장'은 국내 최초 본격 뮤지컬 영화로 개봉 당시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기술적으로 열악한 제작환경과 성공사례가 전혀 없음에도 10억원의 저예산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로 인해 LJ필름 이승재 대표는'한국영화의 새 지평을 여는 시도'란 평과 함께 충무로 영화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뮤지컬 장르 영화의 가능성을 보이자는 목표로 전 스태프들이 혼연일체가 돼 만든 작품"이라며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시나리오가 뒷받침된다면 뮤지컬 영화가 주요 장르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이 대표만의 기획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틈새시장 개척 프로젝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미국 B급 액션영화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LJ필름은 정두홍 무술감독과 손 잡고 중국계 미국인 배우 제이슨 리를 주연으로 내세운 액션영화를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검토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의 B급 액션영화는 극장 외에 DVD와 비디오 등 2차 판권 시장이 넓게 형성돼 있어 이를 통한 수익 비중이 상당히 큰 편"이라며 "이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형태의 시네마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첫 글로벌 영화 '줄리아 프로젝트'


홍콩이나 중국의 한물 간 액션이 아닌 우리나라 특유의 실감나는 액션영화로 미국 관객의 시선 끌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승재 대표는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영화산업의 생존전략 키워드로 '글로벌화'를 내세웠다.

그는 "영화산업이 전체 문화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더 이상 넓혀나갈 시장이 없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양질의 영화콘텐츠를 양성하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LJ필름은 지난해 미국 뉴욕에 자회사 격인 'LJ Film America'를 설립했다.

이는 뉴욕에 들어선 첫 한국영화사 법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미국 프로듀서 및 감독들과 손발을 맞춰 합작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사 설립목적을 밝혔다.

LJ필름의 첫번째 글로벌 작품은 한ㆍ미 합작영화 '줄리아 프로젝트(The Julia Project)'다.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현재 주연배우 캐스팅 작업 중이다.

이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미국 유니버셜 픽처스 산하의 포커스 피처스가 공동 투자와 제작,배급을 맡고 있다는 것.포커스 피처스는 지난해 미국 배급사 중 매출 13위를 기록한 굴지의 영화사다.

제임스 샤머스 대표는 지난 10년간 이안 감독과 함께 '와호장룡''브로크백 마운틴' 등 10여 편의 작품을 제작해온 프로듀서 겸 시나리오 작가다.

이안 감독이 세계적 감독으로 명성을 떨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외국자본이 우리나라의 영화제작에 실질적 투자를 해야만 '합작영화'란 단어가 제 구실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국내 최초의 합작영화"라고 덧붙였다.

'줄리아 프로젝트'는 배우 캐스팅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 될 예정이다.

내년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LJ필름은 작곡가 윤이상의 생애를 다룬 '윤이상,상처받은 용'과 김탁환의 소설 '리심'을 영화화한 '리심 프로젝트' 등 4편의 한ㆍ미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영화감독 브랜드화' 전략 지속

포커스 픽처스의 제임스 샤머스 대표가 이안 감독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동반 성장해왔다면,이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던 감독 대열의 중심에는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이 있다.

2000년 설립된 LJ필름의 창립 작품이 바로 김기덕 감독의'수취인불명'이다.

이 대표가 독립 프로듀서로 김 감독의 작품 '파란대문'에 참여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이 후 이 대표는'영화감독의 브랜드화'를 내세웠고,'나쁜 남자''해안선''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 김 감독의 주옥 같은 영화가 이 제작사를 거쳐 세상의 빛을 봤다.

이 작품들은 베니스 영화제,베를린 영화제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김 감독이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영화 프로듀서로서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큰 목표가 있다면 재능 있는 감독들의 '평생 파트너'가 돼서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많이 제작하는 것"이라며 "프로듀서와 배우,감독,스태프 등 사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신뢰 구축을 통해 역량 있는 메이저 제작사의 자리를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