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차인 김정미씨(43)는 최근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로 총 재산의 40%를 받게 됐다.

전업주부인 김씨는 그동안 남편의 월급을 모아 부동산 재테크 등으로 10억여원의 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반면 결혼 6개월 만에 이혼 소송을 낸 이소영씨(가명ㆍ32)는 재산분할을 전혀 기대하기 힘든 처지다.

재산 형성 기여 기간이 짧아 분할을 요구할 만한 이유가 없다.

이혼이 늘어나면서 재산분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혼은 '쿨하게' 재산분할은 '칼같이'하려는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처럼 전업주부들은 가능한 한 많은 재산을 분할받아 이혼 후를 대비하려는 추세다.

김영훈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소송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여성의 권리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40%가 평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업주부라도 결혼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면 전 재산의 40%를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산분할 대상은 '결혼 이후 부부가 함께 유지했거나 형성한 재산'이다.

나눠 가질 재산이 없거나 결혼 기간이 짧았다면 의미가 없다.

김씨는 남편이 결혼 전 1억여원을 들여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면서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가치가 6억여원으로 높아진 상태.법무법인 태승의 신은숙 변호사는 "남편이 결혼 전 1억원의 돈으로 아파트를 샀는데 동일한 아파트가 3억원으로 뛰어 올랐다면 엄밀하게 증가분 2억원이 재산분할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전체 시가의 약 40%가 전업주부인 아내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성이 맞벌이를 했다면 재산 형성에 더 많이 기여한 것으로 봐 그 비율은 50%에 달한다.

재산이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결혼과 상관없이 본인이 별도로 소유한 '특유재산'이나 채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한쪽이 자신의 부모로부터 부동산이나 현금을 증여받았거나 개인적인 목적의 투자,사치 등으로 인해 빚을 졌다면 다른 한쪽이 이를 나눌 권리나 짊어질 의무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 등은 이혼 후에라도 2년 이내에 언제든 제기할 수 있다.

한쪽 배우자가 재산을 은닉해 놨다면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명의신탁을 해 놨다면 증거나 증인 등을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산분할을 원하는 배우자는 금융기관을 상대로 법원에서 상대 배우자의 금융자료 제출 명령 등을 받아 낼 수 있다.

또 이혼 소송 직전이나 소송 진행 중 무리하게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빼돌렸다면 악의적인 재산 도피 행위로 봐 이를 취소하는 채권자 취소 소송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재산분할 대상은 이혼 소송을 제기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재산분할과는 별도인 위자료는 가정 파탄의 잘잘못을 따져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개념이다.

25년간 결혼생활을 해 온 직장인 정연희씨(45)는 수년간 이혼을 요구하다가 최근 외도 현장을 남편에게 들켰다.

남편과 총 20억원 정도의 공동 자산을 가진 정씨는 약 3000만원의 위자료를 남편에게 줄 생각이지만 재산분할은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유책사유가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에게 1000만~3000만원을 지급한다.

이상석 이혼 전문 변호사는 "최선의 이혼을 위해서는 평소 서로에게 재산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이 변호사는 "특히 이혼을 결심했다면 급여명세서나 재산기여도 등을 증명할 서류,사진 등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혼 소송은 대개 1심이 6~7개월 정도 소요된다.

재산이 많을수록 더 치열하고 길어진다.

변호사 비용은 서울의 경우 착수금 500만원 정도다.

이혼 당사자가 받는 금액의 10% 정도를 성공보수로 약정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