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 승인이 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전문 여행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단독 기사(24일자 한경 A17면)가 지난 23일 저녁 한경 인터넷판에 실리자마자 기자 휴대폰으로 중기중앙회 관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중기중앙회의 요구는 "기사 중 '중기중앙회의 여행업 진출이 중소여행사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느냐는 지적'부문을 빼달라"는 것과 "보도 자체를 조금만 미뤄줄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기사가 그대로 나가면 중기청 사업승인을 못 받아 여행사 설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이어졌다.

민간 경제단체인 중기중앙회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왜 '중기청 승인'을 운운할까.

이는 중기중앙회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 단체는 중기청으로부터 연간 60억~7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주요 업무도 대부분 중기청 위탁사업이다.

또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국정감사를 받는다.

'보도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것도 다음 달 1일 예정된 국정 감사에서 여행사 설립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을 우려해서다.

중기중앙회는 최근 몇 년간 단체수의계약 폐지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중소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중소기업 이익단체'라기보다는 '중기청 산하 기관'이라는 비아냥도 들어 왔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김기문 중앙회장은 지난 2월 말 취임 당시 "할 말은 하고 할 일도 하는 중기중앙회를 만들겠다"며 "정부에 더 많은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중기중앙회는 여행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정작 여행업계보다는 정부와 국회의 눈치부터 살피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여행사 설립의 취지에 대해 "회원사의 해외비즈니스를 원활히 지원하는 동시에 기존 중소 여행사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대형 여행사 중심의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행업 진출에 대해 중소 여행업계를 납득시킬 떳떳한 명분을 갖고 있다면 중기중앙회가 정부나 국회의 반응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송태형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