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개 공공기관의 생사여탈권을 쥔 기획예산처의 제 몸집 불리기를 놓고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 정권 5년 동안 61%,올 한 해만도 33%를 증원시켰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퇴직 직원들을 관리.감독 대상인 공공기관에 하나 둘씩 내려보내고 있는 것도 공공기관운영법의 취지를 완전히 망각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참여정부가 공기업 개혁의 근본적 치유책인 '민영화'를 외면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관료들에게 일을 맡긴 데서 벌어지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전략본부 만든다고?"

기획처 조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전임 수장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수석 재직 시절이었다.

변 전 장관은 2005년 1월 장관 취임과 함께 "기획처는 예산편성 업무뿐 아니라 국가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전략기획본부가 돼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변 장관은 그 뒤 △국가 장기발전전략인 '비전 2030' △국가재정법 △공공기관운영법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밀어붙였다.

변 장관의 의욕적인 일 추진으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기획처는 공공기관 혁신 및 전략업무 확대 등을 이유로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직전인 2002년 말 3실.3국.9관.39과에 정원 291명이었던 조직은 5년 만에 3실.3본부.3단.12관.59과·팀에 470명 정원으로 확대됐다.

참여정부 5년 만에 조직이 정원 기준으로 61%나 확대된 것이다.


◆퇴직직원 낙하산 시작

기획처 관계자들은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추진으로 공기업의 방만경영 및 내부비리가 줄어들고 고객만족도가 높아졌으며 경영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옥동석 인천대 교수는 "그런 변화들은 민영화를 시키면 정부가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인데도 정부가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접근하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런 접근은 비용대비 효과가 낮고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실제 그런 우려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9월11일 열린 '제9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기획처 국장급 간부 출신인 S씨가 다른 6명의 후보와 함께 신용보증기금 사외이사 적임자로 인정받아 주무장관의 임명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다른 2명의 간부가 사표를 내고 금융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공기관운영법 시행 전이긴 하지만 2005년 9월 설립된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장에 재정기획실장을 맡았던 관료가 임명되기도 했다.

기획처 내부에서조차 "기획처 관료들이 퇴임 후 곧바로 공공기관 임원으로 가는 사례는 없었는데 최근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혁신본부장 자리는 징검다리"

일부에선 공공기관 혁신을 현장 지휘하는 역대 공공혁신본부장(1급)들의 임기가 평균 10개월에도 못 미치고 있어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혁신본부가 만들어진 2005년 5월 이후 본부장을 역임한 사람은 모두 3명.초대 본부장인 이창호 현 통계청장이 10개월(2005년 5월~2006년 3월),2대 본부장인 배국환 재정전략실장이 10개월(2006년 4월~2007년 2월),이용걸 현 정책홍보관리실장(2007년 2월~10월)이 8개월 재직했다.

평균 재임기간이 9개월밖에 안되는 셈이다.

한 기획처 관계자는 "본부장들이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공공기관 상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일관되게 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공혁신본부장은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