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ㆍ러 이미 적색경보… 유럽도 엄습


유가와 원자재,곡물 가격 등이 치솟으면서 지구촌 곳곳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에 '적색 경보'가 켜지면서 이머징마켓의 저가 수출품이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일(현지시간) 반기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인플레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진앙지는 미국이다.미국은 무역ㆍ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금리 인하 등을 통한 '달러 인플레이션'(달러 과잉 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달러 가치 하락이 실물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원유와 곡물,원자재 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원유와 원자재를 싹쓸이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전 세계에 저가 제품을 공급하며 '디플레(저물가) 수출국'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이제 거꾸로 세계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인플레 수출국'이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중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5%로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중국 물가 상승률을 평균 4% 이상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 1~9월 물가가 2000년 이후 최악인 7.5% 상승함에 따라 올해 물가 상승률이 정부가 예상한 8%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인플레는 더욱 심각하다.우유 소비자가격이 한 달 새 ℓ당 27루블에서 41루블로 오르는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이 50~70% 치솟았다.폭발적인 물가 상승 때문에 러시아 외곽에서는 사재기 현상마저 재연되고 있다.

일본도 폭등하는 물가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특히 밀 옥수수 등 곡물류의 수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디플레이션에 익숙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 위협은 유럽에도 엄습하고 있다.유럽연합(EU) 통계국 유로스타트 자료에 따르면 9월 유로존(13개국) 물가 상승률은 전월(1.7%)보다 0.4%포인트 오른 2.1%에 이르고 있다.EU 27개 회원국 전체의 9월 물가 상승률도 2.2%로 전월(1.9%)보다 0.3%포인트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 인플레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더욱이 중국 제품의 가격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전 세계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