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巖 < 홍익대 교수·경제학 >

내년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적자(赤字)로 반전(反轉)할 것이라고 한다.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많은 연구기관들이 그렇게 전망하고 있다.일부 경제예측기관들이 이미 올해 경상수지 적자를 예측한 점에 비춰볼 때 경상수지 적자 전망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우려되는 대목은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에만 국한되지 않고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상수지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의미한다.우리나라는 10년 전 경상수지 적자시대를 마감하고 흑자시대를 열었다.이는 수출경쟁력이 크게 향상된 결과라기보다는 외환위기로 투자가 급감하면서 설비재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외환위기 직후 총투자율이 36%에서 25%로 급감하면서 연간 경상수지가 400억달러를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이처럼 경상수지는 수출 경쟁력뿐 아니라 투자 규모에 따라 좌우된다.또 저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소비가 늘어나면서 저축이 줄면 수입이 늘어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0년 동안 경상수지가 계속 감소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우선 외환위기가 진정되면서 투자율이 다시 높아졌으나 가계수지가 악화되면서 개인저축률은 오히려 크게 하락했다.다음으로는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유입으로 원화가 절상 추세를 보이면서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마지막으로 원화 절상 추세 속에서도 대(對)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으나 국내 서비스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으로 서비스 수지가 크게 나빠졌다.경상수지를 악화시킨 이런 요인들은 앞으로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더구나 주요 대선주자들이 공약한 대로 향후 6% 이상의 성장을 이루려면 투자율을 높여야 하므로 경상수지 악화가 불가피하다.한편 국내 저축 쪽에서는 기업투자 촉진으로 기업의 유보이윤과 기업 저축이 줄어들면서 국내 저축률이 하락하고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것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하면서 원화 절상이 주춤해질 것으로 기대되기도 하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에 따른 원화 절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일자리 창출과 민생안정을 위해 고성장을 이루려는 차기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준다.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이라는 대내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 확대라는 대외 불균형 문제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또 외환보유액이 25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하지만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따른 대외채무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외신인도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벌써부터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 급증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 확대와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자본유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그러나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유출 대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무리한 자본자유화는 자본 도피로 이어지고,무리한 금융기관 국제화는 자본 유출 대신 현지금융 확대로 나타날 것이다.경상수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중장기적 경상수지 적자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다음 사항에 유의하기 바란다.

먼저 고성장을 이루기 위한 국내 투자의 효율성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국외 투자보다 효율성이 높지 않거나 수출경쟁력을 높이지 않는 국내 투자를 억제해야 할 것이다.또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 감세(減稅)가 경상수지 적자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므로 감세로 경제가 활성화돼 더 많은 세수와 경상수지 개선을 보장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감세가 정부지출 삭감과 정부 효율성 증대로 이어져야만 경상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 유입(流入)으로 조달돼야 하므로 단기외채를 비롯한 외채관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