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테이프 전문 생산업체인 인산디지켐 이보상 대표는 요즘 매일 출근하자마자 생산라인으로 달려간다.

점심시간에 잠깐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빼고는 생산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생산기계를 점검하고 제품 생산부터 포장까지 꼼꼼히 챙기는 게 요즘 이 대표의 하루 일과다.

예전 같으면 해외박람회에 참가하고 해외바이어를 찾아다니느라 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많이 나갔던 이 대표.하지만 지금은 '생산 직원'으로 생산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들어 국내외에서 주문계약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풀가동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물량 증가로 직원 확충과 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산디지켐의 강점은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이다.

잇단 실패 속에서 도전 5년 만인 올 초 3M이 꽉잡고 있는 세계 자동차용 아크릴 폼 테이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이 회사는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에 아크릴 폼 테이프 납품 최종 승인을 받고 수출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1차분 30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앞으로 매달 추가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며 "이번 브라질 공장 승인으로 독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폭스바겐 공장에도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공급승인은 단순 납품이 아닌 인기 차종인 '폭스'의 측면(사이드)몰딩용으로 설계도면에 3M과 함께 이름을 올려 3M과 대등한 품질을 가진 제품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 제품은 표면재 위에 점착제를 도포하는 기존의 용제형코팅 방식이 아닌 자외선 빛을 쐬는 자외선경화 방식으로 표면재 자체에 점착제가 스며들어 접착력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이 폭스바겐에서 공급 승인을 받자 3M도 놀랐다"며 "국산화로 독점을 깨자 3M은 국내 공급가격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인산디지켐의 성공 이면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회사 측은 1999년 개발한 아크릴 폼 테이프를 소량씩 차량정비업소(카센터) 등을 통해 판매했으나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해 직원들 월급도 못줄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때 투자자금 유치로 가까스로 부도위기를 넘겼다.

2002년 8월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 문을 두드렸지만 "테스트하는 것 자체가 폭스바겐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라며 거절당했다.

2년 뒤 찾아온 테스트 기회에서는 브라질의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도 박리(떨어짐)현상없이 달라붙도록하는 테이프 물성을 맞추지 못해 카운트 펀치를 맞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해 7차례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하면서 올 들어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인산디지켐의 폭스바겐 납품 승인은 거래 희망 기업을 늘리는 기회로 작용했다.

국내에선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 삼성SDI 상진미크론 LG전자 등에 공급을 시작했고 폭스바겐 포드자동차 볼보 SKY-WORTH 등 신규 해외거래처를 확보했다.

수출지역은 영국 폴란드 독일 미국 멕시코 중국 일본 호주 등 30여개국에 이른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각종 제품을 실제 상황과 똑같이 테스트할 수 있는 연구소용 코팅라인을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올해 폭스바겐 브라질 공장 등 수출 확대로 70억원의 매출(수출 400만달러)을 달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내년부터는 현대·기아자동차 납품 물량 증가로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고, 2010년엔 5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