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우리의 정책은 강한 달러다."

부시 행정부는 임기 내내 이같이 천명해왔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최근 "강한 달러가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며 환율은 시장에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 달러는 날씨와 비슷하다.

모두다 달러에 관해 얘기하지만 모두 방관만 한 채 어느 누구도 (달러가치 추락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는다.

미국이 겉으론 '강 달러 정책'을 외치면서 달러가치 하락을 방치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지도력을 포기하는 셈이다.

유럽과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큰 목소리를 내진 않고 있지만 달러 약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경제 및 정치권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달러가치가 추락하면서 그들은 금고(외환보유액) 자산이 급속히 쪼그라드는 것에 놀라고 있다.

전체 외환보유액의 60%를 달러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상품의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것만큼 안전한 일이 없다.

하지만 달러는 보통 상품과는 다르다.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다.

다른 나라의 통화는 물론 자산 가치 등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미국 관료들이 정말 가격결정 기능에서 '시장'을 믿는다면, 고평가된 달러를 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강한 달러'란 말은 할 필요가 없다.

사실 관료들은 시장을 믿지 않는다.

시장을 믿는다면 미국 관료들이 중국에 대해 강하게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달러가치 하락에는 노림수가 있다.

약달러는 다른 나라의 대미 수출에 보이지 않는 관세를 부과하는 격이다.

달러가치 하락은 상대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의미하며 이는 해당국가 상품의 수출 가격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아킬레스건인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달러의 '위장술'이며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세계 통화시스템의 비극이다.

달러의 가치는 2001년 이후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34%나 추락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 세계 자유무역 창달을 위한 국가 간 관세 철폐를 외치면서도 스스로는 달러가치 하락을 용인, 보이지 않는 관세를 부과하는 보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만일 세계 시장이 한 나라(미국)의 통화정책이 아닌,각국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는다면 우리는 세계 통화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궁극적인 통화 안정을 위해서는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 통화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의 주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나 차기 대권후보들은 더욱 이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이끌지 않는다면, 다른 경쟁국이 주도권을 쥐고 밀어붙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머니 멜트다운'이란 저서로 유명한 주디 쉘톤 이코노미스트가 '원-달러 딜레마(Our One-Dollar Dilemma)'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