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2008년 대선 레이스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새로운 FTA 체결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러리 의원은 9일(현지시간) 미국 전국지인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혜택은 부유층에게 돌아갔을 뿐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빼앗겼다"며 "NAFTA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FTA 체결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의원은 특히 "20세기의 무역은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됐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견지하는 게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21세기 무역 문제에 대한 적절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새로운 FTA 체결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의원은 지난 6월 자동차산업의 본산지인 디트로이트에서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가 주최한 행사에서도 "한·미 FTA는 본질적으로 불공정하다"며 "비준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행사는 주로 자동차 노조원을 대상으로 열려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은 미국 무역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차원에서 FTA 비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상·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FTA 비준은 불가능하다.

미국 행정부는 현재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한국 등 4개국과 FTA를 타결해 의회에 비준을 요청해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페루와 파나마와의 FTA 비준은 연내 처리가 가능하지만 한국과 콜롬비아의 경우에는 연내 비준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의 미주기구(OAS) 본부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한국과의 FTA 합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의회의 승인을 기대한다"며 조속한 의회 비준을 촉구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