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국가들이 미국 주도의 미주개발은행(IDB)에 대항해 창설을 추진해온 자체 지역금융기구인 '남미은행(Bank of the South)'이 다음 달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공식 출범한다고 브라질 국영통신 아젠시아브라질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7개국 경제·재무장관들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회의를 갖고 남미은행 설립 일정에 합의했다.

남미은행에는 회의에 참가한 7개국 외에도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등이 가세,남미 대륙 12개국이 모두 회원국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본부는 지난 2월 처음으로 남미은행 설립 아이디어를 낸 베네수엘라에 마련된다.

남미은행은 남미 스스로 역내 국가들의 성장을 돕는 은행을 만들어 경제 주권을 되찾자는 취지에서 설립이 추진됐다.

미국 등 서방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IDB 등이 까다로운 차관 조건을 내걸어 남미 경제의 서방 예속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남미은행 창설은 곧 중남미 대륙의 '경제 독립선언'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미은행 설립으로 1959년 미국 주도 아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제·사회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출범한 IDB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회의에선 그러나 초기 자본금과 회원국별 분담금 규모 등에 대해서는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참가국들은 9일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출범 전까지 이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남미은행의 역할은 남미 지역 국가들의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정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해 남미은행의 성격을 놓고 그동안 제기돼온 논란이 상당 부분이 해소됐음을 시사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은행이 IDB를 대체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브라질은 IDB 등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역내 인프라 개발 및 경제성장 프로젝트 지원 위주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통신은 "남미은행의 첫 사업은 남미 대륙 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사업에 대한 지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