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지난해 월스트리트(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입사한 제시카 앤더슨씨.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헤지 펀드 등을 판매하는 그녀는 회사가 지정해 준 선배로부터 수시로 업무 교육을 받는다.

일하다 막힐 때면 언제든 거리낌없이 선배의 조언을 구한다.

덕분에 입사한 지 1년여밖에 안 됐는데도 고객을 대할 때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

제시카뿐만 아니다.

모건스탠리의 신입 직원 중 상당수가 이처럼 고참 선배를 통해 맨투맨 식으로 업무를 배우고 있다.

코니 차트랜드 인적자원(HR) 담당 상무는 "모건스탠리는 외부에서 인재를 데려다 쓰기보다 이처럼 주로 내부에서 키워 쓴다"고 말했다.

"특히 매니저급 이상 직원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월가의 투자은행' 하면 거액의 연봉에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이야기일 뿐 월가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사내 교육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제시카와 같은 젊은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4월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신입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inancial Advisor·FA·금융상담사)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업무 경력 8~9년차 정도의 선배가 '코치' 역할을 맡아 갓 입사한 후배 직원을 2년간 책임지고 가르치는 제도다.

현재 300여명의 선배가 코치로 선임돼 활동 중이며 코치 1명당 적게는 1명,많게는 4명의 후배 직원이 배치돼 교육받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판 도제식' 교육이다.

교육 내용도 철저히 실무 중심이다.

가령 코치가 후배 직원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대해 코멘트해 준다거나,후배 직원이 고객과 미팅한 결과를 보고받고 개선점을 지적해 주는 식이다.

후배가 고객과 상담하러 갈 때 담당 코치가 함께 따라나서는 경우도 많다.

차트랜드 상무는 "가장 좋은 학습은 학교 수업이나 책이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며 "누군가 매일 자신을 가르쳐 준다는 사실을 후배 직원들은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후배 교육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매뉴얼화해 선배들에게 배포하는 것은 물론 일정 금액의 코치 수당도 지급한다.

후배를 많이 가르치면 그만큼 수당도 늘어난다.

사내교육 효과는 당장 실적으로 나타났다.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한 첫해인 지난해 FA 1인당 매출이 64만3000달러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기간 FA 숫자가 16% 감소한 것을 감안할 때 큰 성과다.

차트랜드 상무는 "최고가 최고를 키우는 법"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유능한 금융 인재를 사내에서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월가의 인재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사내 교육에 적극적이다.

리더의 자질을 평가할 때 부하 직원을 얼마나 잘 길러냈는지를 핵심 잣대로 삼을 정도다.

골드만삭스 한국 지점의 전성민 상무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사람 키우는 능력'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또 메릴린치는 신입 사원의 80% 가까이를 10주간의 '하계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이란 인턴십 과정을 통해 뽑고 있다.

뉴욕=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