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입구에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알렉산더 칼더(1898~1976년)의 1969년 작 '평범(Ordinary)'이 서 있다.

높이 6m,가로 5.8m의 이 작품은 보험평가액만 3500만달러(약 350억원).국제갤러리가 개관 25주년을 맞아 미국 칼더재단으로부터 대여해온 작품이다.

그동안 국내에 들어온 해외 현대미술품 가운데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것이 갤러리의 설명이다.

국제갤러리가 '세계 현대미술거장의 유혹'이란 주제로 마련한 개관 25주년 기념전에는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칼더 이외에도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영국 슈퍼스타 데마안 허스트 등 해외 인기작가 16명의 회화 조각 비디오 설치작품 3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보험회사가 평가한 이들 작품의 평가금액만도 총 1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미술사적 의미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데다 독특한 기획과 설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1층 전시장 입구에는 미니멀 조각으로 유명한 도널드 저드의 초록색 작품이 벽면에 설치돼 있고 리히터,윌렘 드 쿠닝,조안 미첼의 대형 추상화와 안젤름 키퍼의 입체회화도 놓여 있다.

특히 리히터의 1992년작 '추상(Abstraktes Bild)'은 그저 불분명한 선과 색들의 자유로운 배치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회화적인 질감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또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윌렘 드쿠닝의 '무제'는 빽빽하게 채워진 두터운 색감에 관조와 사유의 이미지를 담아낸 작품.조안 미첼의 회화 '녹색나무',아그네스 마틴의 '사랑과 친절'에도 은은하고 명상적인 감흥이 배어있다.

2층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의 신작 회화와 인도 작가 아니시 카푸어,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앤디 워홀과 에바 헤세의 회화 작품이 늘어서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의 하나로 국제갤러리가 참여한 기획전 '해변없는 바다'를 선보였던 비디오작가 빌 비올라는 또다른 비디오 작품 '연인(The lovers)'(2004년)을 내놓았다.

이 작품은 쓰나미 같은 거센 물살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남녀의 몸짓이 첨단 비디오 영상기법을 통해 가슴 뭉클하게 전달되는 대작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대표(한국화랑협회장)는 "지난해 국제갤러리가 뉴욕타임스 선정 아시아 지역 최고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힌 만큼 국제적인 전시를 하고 싶었다"며 "국내 관람객과 컬렉터들에게도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대작을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5일까지.(02)733-8449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