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를 다시 찾은 제88회 전국체전이 8일 오후 6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화려한 개회식을 갖고 7일 간의 열전 팡파르를 울린다.

1993년 제74회 대회 이후 14년 만이다.

전국 16개 시도와 16개 해외지부에서 참가한 2만4천518명의 선수단(선수 1만8천260명, 임원 6천258명)이 광주광역시 일원 66개 경기장에서 41개 종목을 놓고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특히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체전이라 올림픽 메달 기대주들이 내고장의 영예뿐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경기력을 점검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월드스타 '빅3' 빛고을에 뜬다 = 박태환, 장미란, 이원희..
어느덧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를 대표하는 '1번 스타'로 떠오른 '마린보이' 박태환(경기고.서울)은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에서 단거리 속도를 시험한다.

목표는 한국기록. 박태환은 작년 도하아시안게임 자유형 100m에서 50초02로 골인해 한국기록을 세웠는데 50초 벽을 넘는 게 지상 과제다.

더 강한 200m는 자신이 갖고 있는 1분46초73의 아시아 기록을 깰 지도 관심거리.
서울 대표 박태환은 혼계영 400m와 계영 400m, 800m까지 출전할 가능성이 있어 다관왕 욕심도 내 볼만 하다.

세계를 들어올린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경기)은 여자 최중량급에서 가볍게(?) 무력시위만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역도선수권대회 3연패 위업을 달성하느라 파워를 소진한 탓에 무리한 기록 도전은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피오나 공주'의 경쟁 상대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KRA.광주)는 재기의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

홈팀 광주의 대표주자로 나설 이원희는 지난 4월 발목 부상 수술을 받아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빛고을 체전을 부활 신호탄으로 삼았다.

대신 아직 완전히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만큼 주 체급인 73㎏급이 아닌 81㎏급에서 예전의 기술을 시험해볼 생각이다.

한편 US오픈 테니스 16강에 올랐고 20년 만에 한국 테니스를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6강에 올려놓은 코트의 기린아 이형택(삼성증권.부산)은 계속된 강행군에 따른 피로와 부상으로 이번 체전 출전은 힘들게 됐다.

소속팀 관계자는 "코칭스태프와 조율한 결과 더 이상 출전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체전의 질 '기록의 질을 높여라' = 지난 해 제87회 경북 체전에서는 무려 59개의 한국기록이 쏟아졌지만 저변이 취약한 인라인롤러, 수중(핀수영)에서 51개가 나왔고 올림픽 종목에선 육상 세단뛰기 김덕현(조선대)의 한국기록이 유일했다.

지난 8월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톱10에 진입했던 김덕현은 '당연히' 체전 MVP로 뽑혔다.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 종목의 '체전 회의론자'들은 체전이 지나치게 시.도 간 순위 경쟁에만 매달릴 뿐 '기록의 질'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각에서 우려했던대로 체전이 '내 고장을 빛낸다'는 '순수한(?)' 의미로만 전락했던 면도 없지 않다.

이웃 중국의 성(省) 또는 전국체전에선 사격 등 몇몇 종목에서 세계기록이 쏟아져 나온다.

체전이 기초종목 발전의 디딤판이 되기 위해선 결국 '기록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영에선 박태환과 유니버시아드 스타 정슬기(연세대.서울)가 한국기록을 노리고 있고, 육상에선 임희남(상무.경기)이 28년 묵은 남자 100m 한국기록에 다시 도전한다.

◇국기 태권도 전자호구 첫 시험대 = 이번 대회 41개 종목 중 '국기' 태권도는 이번 체전이 특히 중요하다.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판정 논란과 흥미 반감 등 많은 '역풍'을 맞은 가운데 전자호구를 처음 실전에 채택한 게 이번 체전이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공인한 라저트사 제품의 전자호구를 쓰기로 했다.

전자호구 문제는 태권도계의 핫이슈로 이번 체전에서 어느 정도 효율성을 인정받을 지가 열쇠다.

◇우리도 뛴다.

.13개 종목 동호인 열전 = 체전엔 꼭 엘리트 선수들만 있는 게 아니다.

육상, 정구, 유도, 야구, 양궁, 당구, 복싱, 수상스키, 산악, 바둑, 검도, 소프트볼, 공수도 등 12개 종목에 걸쳐 '선수가 아닌' 동호인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육상은 작년부터 문호를 개방한 마라톤 풀코스(42.195㎞)에 각 고장의 내로라하는 달림이들이 출전한다.

대한체육회는 '보는 체전'에서 '참여하는 체전'으로 슬로건을 바꾸면서 동호인 종목을 점점 확대할 계획이다.

(광주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