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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1. 왜 장충동에는 원조 족발집이 그리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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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호보내기와 걸러내기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1. 왜 장충동에는 원조 족발집이 그리 많을까?
    서울 장충동에 가면 족발집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한결같이 간판에는 '원조집'이다.

    원조(元祖)라면 한 곳뿐이어야 하는데,줄잡아 수십 곳에 달한다.

    족발집뿐 아니라 신림동 순대집,신당동 떡볶이집,마포 소금구이집,포천 이동갈비집,속초 순두부집 등 유명 식당가마다 도대체 어느 집이 원조인지 구분이 안 된다.

    분명히 원조가 있을 텐데,왜 신장개업하는 식당들까지 너도나도 원조집 간판을 내걸까.

    손님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도대체 어떤 원조집을 들어가야 맛있는 족발을 먹을 수 있을까….

    이처럼 식당이 호객을 위해 원조집이라고 간판을 내거는 것을 경제학에선 '신호보내기'(signaling)라 하고,그 중에서 손님들이 맛있는 집을 골라내는 행동을 '걸러내기'(screening)라고 한다.

    오늘은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되는 세번째 주제,정보의 전달과 획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원조집의 신호보내기,손님의 걸러내기

    원조집이란 간판은 엇비슷한 족발집 가운데 맛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손님에게 자기가 가진 사적 정보를 준다.

    이 같은 '신호보내기'에 대해 '맨큐의 경제학'은 "정보를 가진 쪽(족발집)이 사적 정보(원조집이란 사실)를 다른 사람들(손님)에게 신빙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반대로 "정보가 부족한 쪽이 상대방의 사적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 바로 '골라내기(선별)'이다.

    예컨대 손님이 맛집을 찾기 위해 미리 인터넷을 뒤지거나 가서 먹어본 친구에게 묻는 등의 행동이다.

    최초의 A족발집이 원조 간판을 달았을 때는 확실히 신호보내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B,C,D… 등의 족발집이 너도나도 원조 간판을 달고,세월이 흐르자 이젠 누가 원조인지 모르게 됐다.

    '원조집'에는 더 이상 신호 기능이 없게 된다.

    따라서 식당들은 'TV에 나온 집' 같은 새로운 신호를 내건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 못간다.

    너도나도 'TV에 나온 집'이란 간판을 달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걸러내기'가 불가능해지면 색다른 신호를 연구할 것이다.

    그래서 가끔 실소를 머금게 하는 간판도 보인다.

    'KBS MBC SBS에 나올 집(또는 나오고 싶은 집)!'

    ◎ 기업의 광고와 브랜드 효과

    남자들이 대개 여자들 앞에서 용감해 보이려 하고,여자들은 화려하거나 야한 옷차림으로 시선을 끌려는 것도 신호보내기의 범주에 해당한다.

    남과 달라 보이고 싶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자신의 우수성을 시장에 알리는 '신호'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브랜드 광고이다.

    멋진 로고를 만들고,대대적으로 광고하며,다른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과감히 투자한다.

    '벌거벗은 경제학'의 저자 찰스 윌런은 "브랜드는 탐욕스런 다국적기업이 소비자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비싼 값에 팔기 위한 도구라고 공격을 받아왔지만,브랜드 자체가 복잡한 경제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신뢰성'의 요소"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맥도널드 브랜드는 예측가능성(균일한 햄버거맛,놀이공간 화장실 등 시설,빠른 서비스…)이란 신호가 되는 것이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대한민국 1%가 타는 차'라는 광고 컨셉트도 차별화된 '신호'로 간주된다.

    한 칼국수 전문점의 'since 1964'라는 간판은 "40여년 동안 맛이 없었다면 여태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는 강력한 신호를 담고 있다.

    불과 4년된 업소가 'since 2003'라고 붙인다면 '키치'에 불과하겠지만….

    ◎ 학벌과 입사시험도 신호·선별의 과정

    맨큐는 광고와 교육의 유사성을 '신호보내기'에서 찾았다.

    두 경우 모두 정보를 가진 쪽(기업과 학생)이 정보가 없는 쪽(고객과 고용주)을 향해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높은 품질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란 얘기다.

    흔히 명문대 출신이란 조건은 고교 시절 성실성,지능,적응력 등에 대한 신호로 간주돼 학벌의 효용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신호보내기가 효과적이려면 반드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막대한 광고비,명문대 입학을 위한 학원비 등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용주는 바보가 아니며,명문대 출신이라고 실력이 검증된 것도 아니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입사시험과 면접을 통한 '걸러내기'를 시도한다.

    입사원서의 이름,출신학교 등을 가리고 면접을 보는 것도 선입견을 없애고 진짜 실력있는 인재를 뽑기 위한 방편이다.

    ◎ 2001년 노벨 경제학상과 정보경제학

    정보 격차는 '합리적 경제주체'를 전제로 한 전통 경제학 이론으론 설명이 안 되는 무수한 비효율을 연출해 왔다.

    정보 격차의 틈새에서 초과이윤,나쁘게 말하면 사기와 협잡이 생겨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계기로 세계 경제학계에는 '정보경제학'의 바람이 불었다.

    공동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조셉 스티글리츠,마이클 스펜스는 수십년간 정보 비대칭의 효과들을 분석하는 데 몰두했다.

    역선택,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신호보내기와 걸러내기는 이들이 규명해낸 경제학의 새 지평이다.

    이들의 결론은 한 마디로 "중고차든 뭐든 알고 사자"인 셈이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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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노스, 모모스 vs 욘스

    [경제를 알면 논술이 술술] 11. 왜 장충동에는 원조 족발집이 그리 많을까?
    '노노스(Nonos)'족을 아시나요? 프랑스 패션정보회사 넬리로디가 2003년 처음 사용한 노노스는 'no brand no design'의 줄임말이다.

    명품의 대중화로 너도나도 명품 브랜드의 옷,가방,신발 등을 선호하는데 대한 반작용으로,진짜 부유층들이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으론 어떤 제품인지 알 수 없는 '숨은 명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지칭한다.

    부유층은 루이비통이니,샤넬이니 하는 명품을 통한 '신호보내기'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자,'걸러내기'를 위해 브랜드를 감춘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브랜드가 안 보여도 다 알아본다고 한다.

    노노스는 '보보스'(Bobos)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다.

    보보스란 부르주아(Bourgeois)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Bohemian)의 정신적 풍요를 함께 추구하는 미국의 상류계급을 가리킨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1990년대 디지털시대,벤처 붐을 맞아 새롭게 등장한 젊은 부자들의 트렌드를 분석해 제시한 개념이다.

    국내에선 '모모스'(Momos)족이라는 한국판 신조어가 유행했다.

    모모스는 '모두가 빚 모두가 짝퉁(가짜)'이란 뜻이다.

    빚을 내서라도 무리하게 명품을 사거나 짝퉁이라도 걸쳐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들이다.

    2002~2003년께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을 넘고 개인파산이 속출하던 와중에 생겨난 말이다.

    이처럼 명품소비는 신호보내기와 걸러내기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21세기엔 이런 성향에 초연한 부자그룹이 등장했다.

    "젊고 부유하지만 정상적이고 평범한(young and wealthy but normal)" 사람들,즉 '욘스(Yawns)'다.

    세계적 부호이면서도 전용기·요트를 즐기지 않으면서 명품 대신 서민처럼 중저가 의류를 즐겨 입지만 기부·자선활동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빌 게이츠,제리 양(야후 창업자),피에르 오미드아르(이베이 창업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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