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통화들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런 추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외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4일 보도했다.

미국 금리 인하로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데다 아시아 각국의 경제도 호황을 누리고 있어 아시아 통화 가치의 상승 여지가 크다는 진단이다.

3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호주달러의 가치는 18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싱가포르달러 역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홍콩달러 등도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통화 강세의 첫 번째 요인으로 이 지역 경제의 건실한 성장세를 꼽았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7.6%에서 8.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7.7%에서 8.2%로 높였다.

통화 강세가 기업들의 수출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버넷은 "앞으로 5% 정도 통화 가치가 더 상승하더라도 수출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화가치 상승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도 소극적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외환전략가 데이비드 만은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 가치가 서서히 오르는 것을 바랄 뿐이지 강세 흐름을 멈추거나 역전시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아시아 통화가 많이 비싸지긴 했지만 남미 등 다른 지역의 이머징 마켓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점도 향후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통화의 가치는 대부분 연초 대비 각각 1~4% 정도 오른 반면 브라질 헤알화 값은 올 들어서만 18% 비싸졌고 아이슬란드 크로나는 15% 뛰었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아직 가시지 않았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일부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의한 신용경색 위기가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향후 2년 동안 아시아 통화가 10~20%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