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성분 같아 당뇨 등에 적용돼야"

바이엘 "임상자료 없어 안돼"

연간 400억원 규모에 이르는 항혈전제 '아스피린 100mg' 시장을 놓고 바이엘코리아와 보령제약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두 회사는 '아스피린프로텍트'(바이엘코리아)와 '아스트릭스'(보령제약)란 이름으로 아스피린 100mg 성분의 제품을 시판,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여 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제품의 적응증(약이 효과를 발휘하는 질환)을 조정하는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싸움의 발단은 두 제품의 성분이 완전히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적응증에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아스피린프로텍트는 고혈압·비만·뇌경색 환자들의 혈전 예방용으로도 처방 가능하지만 아스트릭스는 이들 환자에게는 처방이 불가능하다.

아스피린프로텍트가 보다 많은 환자들이 복용할 수 있도록 당국의 제품 허가가 나 있는 것이다.

이에 보령제약은 2005년 5월 아스트릭스의 적응증을 아스피린프로텍트와 동일하게 조정해 줄 것을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요청했다.

적응증을 확대하면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보험 약가도 높일 수 있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게 보령의 판단이었다.

현재 아스트릭스는 적응증이 제한돼 있어 보험 약가(43원)가 아스피린프로텍트(84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령의 이런 주장에 대해 바이엘코리아 측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바이엘코리아는 "아스피린프로텍트의 모든 적응증은 각각의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된 것인데 아스트릭스는 어떤 임상 데이터도 없다"며 식약청을 압박하고 있다.

바이엘코리아는 특히 아스피린프로텍트는 정제 형태이지만 아스트릭스는 캡슐 형태여서 성분이 같아도 완전히 같은 약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 회사의 논쟁이 이처럼 첨예하게 진행되자 식약청은 대한순환기학회·대한내과학회·대한신경과학회 등 3개 학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순환기학회는 적응증을 통일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내과학회는 적응증을 통일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신경과학회는 아직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의학 학회들마저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자 식약청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보면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임상 자료가 필요하다"면서도 "아스피린은 수십 년간 널리 사용되면서 효과가 입증된 데다 다른 나라에서도 임상 자료 없이 적응증을 조정한 선례가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