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우 풀무원 사장(55)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창립총회에서 2년 임기의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0년 제안해 설립된 단체.

남 한국협회 회장은 "세계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 기업들이 충실히 이행해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어떤 단체입니까.

"세계 최대의 친(親) 유엔 기업조직입니다.

전 세계 118개국에서 3200여개 기업과 1000여개 경제·사회 단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80여개국에 협회가 설립됐습니다.

회원사들은 인권 존중·친환경·노동권 보호·반(反)부패 등 4개 부문의 10대 강령을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실천사항을 매년 유엔에 보고합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수익성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 탄생했습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기대와 욕구에 부응하니까 매출이 늘고 주가도 상승한다는 얘기죠.기업 선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나 할까요."

▶남 회장께서 참여하고 있는 윤경포럼의 '윤리경영이 경쟁력'이란 슬로건과 상통하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단순히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세계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업의 의사 결정에 어떻게 융합시키는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습니다.

기업의 목적도 전통적인 이윤 추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진일보한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협회가 출범한 의의는 무엇입니까.

"한국 기업들도 윤리경영이란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선언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국내 상장사의 90%는 인권존중 등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의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봅니다.

국제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상황을 해외에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생깁니다.

한국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활발히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서를 통해 유엔에 알릴 계획입니다.

그래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업가와 근로자의 정신과 행동양식까지 전 세계인들로부터 존경받도록 힘쓰겠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요즘 불거져 나오는 '신정아 스캔들'이나 '정윤재 사건'처럼 뿌리깊은 부패와도 연결돼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기업들은 윤리경영이 필요합니다.

윤리경영은 크게 공정거래(공정경쟁 포함)와 투명경영으로 압축됩니다.

공정거래는 경쟁사 간 담합이나 기업 내부거래를 지양하는 것이죠.공정한 거래를 통해 생긴 '부(富)의 이전'을 정확히 기록하고 신고해 탈세를 없애는 것이 투명경영입니다.

2010년께 국내 대기업들에도 IFRS(국제회계보고기준)가 도입돼 경영실적을 연결재무제표로 보고하게 됐습니다.

기업들의 윤리경영으로 올바른 경쟁 풍토가 조성됐을 때 혁신과 창의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과 금융회사들도 유엔 글로벌 콤팩트에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주관한 'CEO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네딜 이스벨 코카콜라 회장과 칼 헨릭 스반베르그 소니에릭슨 사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내년 6월 서울에서 유엔 글로벌 콤팩트와 제휴한 PRI(Principal of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기구 세계총회가 열려 전 세계 200여개 금융기관 대표들이 옵니다.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들에 우선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데 그 규모가 무려 10조달러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세계적인 경영자들이 참가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Global Governance) 세계회의도 열립니다.

한국협회 회원사들은 이들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지향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기착점은 어떤 형태입니까.

"오너(주주)와 경영자(이사회)의 역할이 명료하게 구분되는 것이죠.기업 경영이 오너의 직관(直觀)에 의해서만 좌우돼서는 안됩니다.

이사회가 보다 중요한 기능을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차원과는 약간 다른 문제입니다.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하라는 의미죠."

▶회장 재임 중 가장 역점을 둘 사업은 무엇입니까.

"환경보호입니다.

전 세계 기업들은 지구온난화란 기후 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회원사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며 에너지를 아끼고,폐기물을 절감토록 독려하고 이행 실적을 공표해 다른 기업들을 자극할 것입니다.

또한 회원사들이 윤리경영을 펼쳐 부패 척결에도 앞장서도록 노력하고 유엔 글로벌 콤팩트 아시아 총회의 한국 유치도 추진하겠습니다.

물론 국내 기업과 단체들의 한국협회 가입도 권유하겠습니다.

현재 전 세계 회원 기업과 단체는 4200여개인데 비해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롯데쇼핑 등 82개사에 불과해 경제 규모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회원 기업과 단체 수가 700∼800개는 되도록 뛰겠습니다."

▶남 회장께서 경영을 맡은 풀무원은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한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올초 풀무원의 전국 11개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질을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기준 5bpm(BOD를 측정하는 단위) 이하로 낮추도록 관련 부서에 지시했습니다.

폐수에 대한 정부 BOD 허용 기준(80bpm)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죠.각 공장이 이 기준을 맞추려면 인공 및 자연 정화시설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공장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추가되는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식품회사들이 위생 문제로 잇달아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위생·보건 의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품회사들로서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가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요.

풀무원의 경우는 2년 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식품사업에 접목시킨 '바른 마음 경영'을 선포하고 위생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마음'을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전 직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지침까지 마련했죠.유기농 부문에서는 재배와 제조 단계에 엄격한 위생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농약을 철저히 배제하도록 했고,냉장 유통식품에서도 첨가물 등을 최소량으로 줄이도록 했습니다."

▶시스템만으로 위생 안전이 보장되겠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감입니다.

식품 안전관리 시스템은 전 직원들의 도덕성이 밑바탕되지 않으면 실패할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윤리헌장을 제정했습니다.

협력업체와의 선물 수수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이고 위반자에 대한 내부고발을 공개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이 윤리헌장을 솔선수범하도록 한 건 물론이고요.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가치관이 충돌할 때 '바른 마음 경영' 지침을 제1원칙으로 채택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바른 마음 경영'이라는 슬로건의 구체적 의미가 뭡니까.

"2002년 브라질에서 열린 '지식경영학회'에서 힌트를 얻어 '바른 마음 경영'을 지침으로 내놓은 겁니다.

현대 지식사회에서는 신뢰,직업적 정직성,사회연대의식,개방성 등 네 가지 사회자본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게 당시 학회에서 논의된 내용의 골자였는데,그것이 '바른 마음 경영'의 뼈대가 됐죠."

▶한국 기업들의 공통 과제로 에너지 절감도 제시하셨는데.

"어떤 업종의 기업이건 찾기 나름에 따라 에너지를 절감할 방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풀무원은 콩나물 등 생식품을 제조할 때 정화 과정에 열펌프를 사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열펌프는 폐수가 기준 온도를 초과하거나 미달할 때 생기는 에너지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역할을 하죠.환경보호와 관련한 풀무원의 경영 성과는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대기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지만,중견기업 중에서는 선두권이라고 자부합니다."

정리=유재혁/사진=김정욱 기자 yoojh@hankyung.com

● 남승우 사장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남승우 사장은 1974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서 6년 동안 일했다.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온 그는 1984년 당시 '유기농'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사업성을 포착해 ㈜풀무원을 세웠다.

식품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1999년 연세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에서 생명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에는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CEO포럼을 수료했다.

현재 CEO포럼 공동대표이자 미래포럼 상임대표다.

다산경영상,대통령표창,경제정의기업상,투명회계대상 등을 받았다.

그가 이끄는 ㈜풀무원은 지배구조 우수기업에도 두 차례 선정됐으며,매년 존경받는 기업에도 높은 등위로 뽑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