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앞으로 미국의 주택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느냐에 따라 위기의 제2막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위기의 1막이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그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용경색은 지난 2~3주일간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앞으로 문제는 미국의 주택가격"이라며 "예상 밖으로 크게 떨어진다면 위기의 제2막을 여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가격 하락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고용을 감소시키는 등의 실물경제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위기에 대해 "공포가 가격을 결정하는 지배력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1987년의 주가 대폭락(블랙먼데이),극단적 형태의 유동성 불안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19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위기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가 FRB 의장 시절 금리인하를 지속해 주택버블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개발도상국의 저축과잉 등) 글로벌 요인에 따른 세계적인 장기금리 하락이 유일한 이유"라고 반박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버블로 인한 금융위기는 예측할 수 없다"며 "중요한 건 버블이 붕괴됐을 때 (그 악영향이) 생산이나 고용을 크게 감소시키지 않도록 유연한 경제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인도의 부상에 따른 미국 경제 위협론과 관련,그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는 건 맞다"며 "그러나 그것은 중국 등이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해 성장률을 끌어올린 결과이지 미국의 경쟁력이 쇠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국 경제는 10~15년 주기로 이노베이션(혁신)이 일어나면서 생산성을 높여왔다"며 미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했다.

기술혁신과 글로벌화에 따른 계층 간 소득격차 확대의 대책으론 부유층에 세금을 매겨 소득재분배를 하면 전체의 소득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며 교육지원을 통해 저소득층이 스스로 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